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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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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높이 3.6m… 현대캐피탈 복덩이 된 '우간다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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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첫 프로배구 선수 다우디, 몸싸움 싫어 농구 관두고 배구로

올해 시즌 중 현대캐피탈로 옮겨 최근 4경기 연속 3:0 승리 이끌어

"난 많이 안 먹어도 힘 넘치는데 옆에서 자꾸 더 먹으라고 해요"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에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 우간다에서 온 라이트 공격수 다우디 오켈로(24)다. 외국인 선수의 부상 이탈 탓에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현대캐피탈은 시즌 중 영입한 다우디가 지난달 24일 데뷔전을 치른 이래 6승1패(22일 현재)를 달리며 3위(10승7패)로 올라섰다. 4경기 연속 셧아웃(3대0) 승리를 거두며 승점이 30으로 2위 우리카드(11승6패)와 같다.

다우디는 2016~2017시즌 OK저축은행에서 뛴 모하메드(모로코)에 이은 V리그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남자 선수다. 고교 때까지 농구를 하다가 배구로 종목을 바꾼 다우디는 점프가 워낙 뛰어나 스파이크 높이가 360㎝에 이른다. 같은 팀 센터 신영석은 "연습 때 블로킹해보면 워낙 높은 타점에서 공을 때려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다우디의 활력으로 팀 전체가 안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몸싸움이 싫었던 소년

지난 17일 충남 천안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난 다우디는 "내가 우간다 최초의 프로 배구 선수"라고 했다. 배구는 우간다에서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다우디도 배구 경력이 6년밖에 안 됐다. 농구를 그만둔 이유는 몸싸움 때문이었다고 했다. 상대 선수 팔꿈치에 여러 차례 얼굴을 맞아 입술이 찢기고 피를 흘린 날 농구 코트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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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엔 농장 주인이 꿈” - 자신을 ‘우간다 최초 프로 배구 선수’라고 소개한 다우디 오켈로. 현대캐피탈은 다우디 합류 이후 6승1패로 상승세를 타면서 3위까지 올라왔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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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 바로 옆에 배구 코트가 있었다. 상대 선수가 네트 반대편에 있으니 몸을 부딪칠 일이 없어 좋아 보였다고 한다. "작고 가벼운 배구공과 금세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대학팀 배구 선수로 뛰면서 장학금을 받으며 행정학을 전공했다. 2016년 불가리아 리그에 진출했다가 이듬해 터키 리그로 옮겼다.

다우디는 올해 V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으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가 발목이 골절돼 떠나자 삼고초려 끝에 다우디를 데려왔다. 소속팀 스포르토토는 터키 리그 득점 순위 최상위를 달리는 그를 내줄 뜻이 없었지만 다우디 자신이 한국에 가기를 원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 경기 방식을 경험하고 싶었다"며 "한국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는 '남한이냐 북한이냐' 물으며 걱정했지만 나는 걱정 없었다"고 했다.

◇"염소와 양 뛰노는 농장 주인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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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 7명이 산다. NGO에서 일했던 아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8남매 모두 대학에 보냈다. 어머니가 농사지어 학비를 보탰다. 아버지는 운동을 택한 다우디도 반드시 대학을 졸업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다우디는 "은퇴 후 운동과 관계없는 일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간다 의료 수준이 높지 않아서 운동하다 다치면 회복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번 돈 거의 전부를 우간다로 보내 가족을 부양한다.

그는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합숙 훈련"이라며 "선수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아 좋다"고 했다. "내가 원래 식사량이 많지 않아서 한국 사람들이 자꾸 '많이 먹어' '더 먹어'라고 말해줘요. 밥 많이 안 먹어도 난 힘이 좋고 쉽게 지치지 않아요."

다우디는 "팀 동료에게 변치 않는 신뢰를 얻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배구 경력이 짧기 때문에 기본기, 특히 서브를 보완하고 일관성을 높이려고 개별 훈련도 한다. "동료 선수와 쓰는 언어가 달라도 코트에서 우린 배구라는 한 언어로 소통하죠.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어요."

다우디는 아프리카의 사자 얘기를 했다. "사자는 상대가 겁먹은 걸 알면 바로 공격해요. 두려움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란 걸 난 잘 알아요. 늘 자신감 넘치죠." 그는 "배구와 함께 행복하게 살다가 은퇴 후엔 염소, 젖소, 양이 뛰노는, 동네에서 가장 큰 농장을 갖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천안=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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