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신' 일깨운 박항서의 퇴장...현지 언론, "새끼 보호하는 닭처럼 싸웠다"

[OSEN=이승우 기자] “제 새끼를 보호하는 닭의 심정으로 싸웠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 베트남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밤 필리핀 마닐라 리자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지난 1959년 월남 이후 60년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베트남은 전반 39분 도안 반 하우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이어 후반 14분 도홍중, 후반 28분 반 하우의 쐐기골이 터졌다.

박항서 감독은 3-0으로 앞선 후반 32분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베트남 선수가 거친 파울을 당해 쓰러진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경기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과한 항의를 하다 감독이 퇴장당한다면 경기이 분위기가 뒤집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이 거칠고 투박한 항의는 베트남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욱 강화했다. 오히려 박항서 감독이 SEA게임 우승 비결로 꼽은 ‘베트남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였다.

이에 대해 베트남 언론도 찬사를 보냈다. 현지 매체 ‘징’은 경기 종료 후 박 감독의 퇴장에 대해 “새끼를 보호하는 닭처럼 싸웠다”라며 그의 행동을 칭찬했다.

이어 이 매체는 “그가 심판이나 상대 감독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라며 베트남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로 박 감독의 적극적인 행동을 꼽았다.

박 감독은 벤치에서 물러나 관중석에서도 선수들에 전술을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위에 있던 인도네시아 관중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미안하다. 자제했어야 하는데 내가 레드카드를 받는 것보다는 우승이 우선이었다. 불만을 표출한 것이 과했다”라고 베트남 국민들에 사과했다./ 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