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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벤투 감독의 고집,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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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0:3 완패하고도 "한국 축구엔 빌드업이 가장 적합"

'남미 최강'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39위)은 1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벌인 브라질(3위)과의 평가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늦은 밤까지 TV 앞을 지켰던 축구 팬들은 '실망 반, 격려 반'의 반응이다. 벤투호(號)는 이날 브라질을 상대로 수비 일변도 전술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위협적 장면을 여러 번 만들어내며 보는 재미를 선사했지만, 그만큼 실력 차가 분명했다. 문제점도 드러났다.

대표팀은 북한·레바논전에 이어 3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빌드업'은 최후방 수비부터 시작해 전방 공격진까지 유기적으로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일컫는다.

14일 레바논전에선 잔디 상태가 엉망인 상황에서 고집스럽게 땅볼 패스로 빌드업 과정을 이어가다가 슈팅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브라질을 맞이해선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플랜A가 제대로 통하지 않을 때 변칙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술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투 감독은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한국 대표팀엔 빌드업 축구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브라질을 상대로 빌드업을 통해 공격까지 이어가는 장면에서 긍정적인 면을 봤고 이를 더 효율적으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브라질의 세찬 공격 앞에서 수비 약점도 부각됐다. 한국은 이날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세 골을 허용했다. 첫 번째·세 번째 실점 장면에선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고, 두 번째 프리킥 실점은 위험 지역에서 쓸데없는 반칙을 저지른 게 화근이 됐다. 유럽 진출을 꿈꾸는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는 "지금까지 상대해본 선수보다 한 단계 높았다. 브라질 공격수들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일방적 패배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도 꽤 선전한 경기였다. 브라질이 전반전 2차례의 득점 찬스를 모두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한 것이 뼈아팠다. 한국은 손흥민 등을 앞세워 13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대부분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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