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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SK의 허무한 가을야구…김광현 편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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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31)이 선수단에 보낸 편지는 끝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중앙일보

14일 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SK 경기 4회초 2사 1,2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은 SK 선발 김광현이 기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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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지난 14일 인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나고 장문의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보냈다. 그날 김광현은 선발로 나서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SK는 11회 연장 접전 끝에 0-3으로 졌다. 밤늦게 귀가한 김광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써 내려갔다.

비록 승차없이 2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우리가 거둔 88승이란 숫자는 SK 와이번스가 창단돼 최고 많은 승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그만큼 올해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완벽했습니다. 이제 딱 7승, 시즌 막판 부족했던 부분을 메워줄 기회가 왔습니다. 우리는 개인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각자의 포지션에서의 역할 분담 전문성이 지금의 우리 팀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컨디션이 최악인 날에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내가 자신 있는 것, 내가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생각해주시면 저 7승은 가볍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린 SK 역대 최고의 선수단입니다. 그 점 꼭 기억하시고 후회 없이 경기합시다. SK 와이번스 파이팅.

그러나 김광현의 독려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SK는 3연패를 당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7일 마지막 3차전에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김광현의 얼굴은 점점 굳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자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떠났다.

김광현은 SK를 대표하는 선수다. 정규리그는 물론 가을야구에서도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는 우승 반지를 4개나 끼었다. 특히 지난 시즌 그의 역투가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팔꿈치 수술 이후 복귀한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3회 말에 올라와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우승을 확정했던 모습은 여운이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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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10으로 패배한 SK와이번스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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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올해 더욱 우승하고 싶어 했다. 팔꿈치 수술 이후 관리 기간이 끝났고 원했던 대로 힘차게 투구를 했다. 팀도 시즌 초반부터 1위로 오르면 통합 우승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날, 두산에 1위를 빼앗기고 침체한 분위기는 쉽게 끌어올릴 수 없었다. 그의 독려 메시지에도 말이다.

사실 김광현은 꿈이 하나 있다. 미국 진출이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로 미국행을 타진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00만달러(약 24억원)를 적어내 독점교섭권을 따냈다. 김광현은 직접 미국에 날아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세부적인 부분 협상이 끝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SK에 남았고 팔꿈치 수술을 결정하면서 미국 진출 꿈은 멀어졌다.

그러나 올해 팀 동료였던 메릴 켈리(3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메이저리그에서 13승을 올리며 성공 신화를 썼다. 김광현도 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올 시즌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인천 구장을 찾아 김광현의 피칭을 살펴보기도 했다.

김광현은 FA (자유계약) 자격을 재취득하는 2년 뒤 미국 진출을 노릴 수 있다. 5년 전처럼 SK 구단의 도움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재시도할 수도 있다.

만약 올해도 우승했다면, 구단이 김광현의 꿈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멋진 그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SK가 가을야구에서 힘없이 물러나면서 여러 가지로 모양새가 안 좋아졌다. 김광현의 꿈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가 어디에 있든 이것 하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2019시즌 김광현은 미치도록 우승을 원했고, 우승을 하기까지 7승을 거두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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