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트럼프에 배신당한 시리아 쿠르드족 공격 개시

미군 철수선언 이틀 만에 시리아 북부로 진격

총동원령 내린 쿠르드족, 러시아에 중재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배신당한 시리아 북부 지역의 쿠르드족이 결국 '굶주린 늑대' 터키로부터 사냥을 당하기 시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작전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친터키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에 대항하는 '평화의 샘(Peace Spring)'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군사작전 개시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선언한 뒤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목표는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남부 국경의 테러 통로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현지 시각) 터키군 장갑차량 수십대가 터키 남부 킬리스에서 시리아 북부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북부 지역에 있는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터키의 군사 작전 개시는 쿠르드족의 동맹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지역 미군 철수를 선언한 뒤 이틀 만에 이뤄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터키와 시리아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언이 나오자마자 "터키 접경지인 시리아 북동부 라스 알아인 마을에서 대규모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스 알아인은 쿠르드족 민병대 YPG가 주도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기지가 있는 곳이다. 무스타파 발리 SDF 대변인은 "터키 전투기가 민간 지역 공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이날 터키 당국자를 인용해 "터키군 선발대가 시리아 라스 알아인과 탈 아비아드 인접 지점을 통해 시리아 영내로 진입했다"며 "이곳에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의 공격 개시로 시리아 북부 지역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AP통신은 "쿠르드족도 시리아 북부 지역에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인데,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군과 함께 5년 동안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여온 동맹 쿠르드족을 터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조치로 해석됐다. 터키는 이 지역 쿠르드족이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 독립 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배신'에 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쿠르드족을 굶주린 늑대 같은 터키에 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우리는 훌륭한 전사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았다" "터키가 금지 행위로 간주될 조치를 취할 경우 터키 경제를 말살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철군은 바로 진행됐고, 터키의 군사작전도 예고된 대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군사작전 개시 직전 트위터에 "미국은 중동에서 싸우고 경찰 역할을 하는 데에 8조달러를 썼다"며 "중동에 뛰어든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최악의 결정"이라고 올렸다. 또 "(중동에서는) 다양한 집단들의 싸움이 수백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데, 미국은 중동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우리에겐 이 어리석고 끝없는 전쟁이 끝나고 있다"고도 했다.

쿠르드족은 이날 터키의 공격 개시에 앞서 시리아 내전에서 적이었던 시리아 정부와의 중재를 러시아 측에 요청했다.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한 쿠르드족이 이젠 미국의 적이었던 러시아와 시리아 알 아사드 정부 편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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