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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투고타저` KBO리그...홈런 급감과 관중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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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87] 2019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개의 키워드를 꼽자면 홈런 급감과 관중 감소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며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던 KBO리그는 올해 정규 시즌 728만명의 관중 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2년 전인 2017년의 840만명에 비해서는 무려 112만명이나 경기장을 덜 찾은 것이다.

사실 관중의 감소는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총 관중 수는 이미 전 시즌에도 직전시즌 대비 감소했으며, 2012년 1만3000명을 넘었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수년간 1만1000명대에서 정체된 지 오래다.

KBO리그는 지난 수년간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한국프로야구를 타자들이 지배하는 리그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타고투저' 현상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장점은 홈런 타자들이 양산되고 득점이 증가한다. 팬들은 타격전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타고투저'는 단점 또한 뚜렷하다. 득점이 양산되는 만큼 경기 시간은 늘어진다. 팬들에게 늘어난 시간은 곧 지루함을 의미한다. 3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은 집중력을 떨어지게 하고, 그만큼 흥미를 감소시킨다. 물론, 투수들의 피로도와 고충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타고투저'는 객관적인 경기력과 직결되지 않았다. 대표팀의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은 떨어졌고, 고민 또한 깊어졌다.

그 고민의 결과로 나온 방안이 공인구의 반발계수 조정이었다. 기존에 일본, 미국보다 높았던 반발계수를 메이저리그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수준으로 낮췄다. 타자들의 홈런성 타구의 비거리는 2~3m 줄어들고, 이에 따른 홈런 수는 약 10%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경기시간을 줄이고, 팬들을 다기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홈런은 줄었지만, 너무 많이 줄었고, 경기시간은 줄었지만, 관중을 불러 모으지 못했다.

2018시즌에는 5명의 선수가 40홈런 이상을, 그리고 무려 11명의 타자가 30개 이상의 홈런을 쳤지만, 올해는 40홈런은커녕 30홈런을 기록한 선수도 단 1명뿐(박병호)이다. 리그 전체 홈런 수는 40%가 줄었다. 숫자로 따지면 742개가 사라진 것이다. 2011~2013시즌 3년간 리그 전체 홈런 수가 728개였음을 감안하면 한 시즌 홈런 전체가 사라진 셈이다(물론 그 당시에는 경기 수도 팀 수도 지금보다 적었다. 그래도 체감은 또 다른 문제다).

홈런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득점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홈런의 득점 기대값은 약 1.6점이다. 줄어든 홈런만큼 점수가 덜 났다는 의미이다. 야구는 정해진 이닝 동안 더 많은 점수를 내는 팀이 이기는 스포츠다. 팬들이 홈인(점수)에 환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홈런은 곧 점수를 의미한다.

최근 10년을 놓고 봤을 때, 올 시즌이 가장 적은 홈런을 기록한 해는 아니다. 2012시즌은 2019년보다 더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겪었다. 그해에도 30홈런을 친 선수는 역시 단 한 명뿐이었고, 경기당 홈런 수는 1.16개로 올시즌 1.41개에 비해 훨씬 낮았다(공교롭게도 그해의 유일한 30홈런 선수 또한 박병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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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선수/사진=연합뉴스


아이러니한 것은 2012시즌은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역대 가장 많았던 시즌(1만3451명)이었다. 홈런으로 대표되는 화끈한 타격이 반드시 관중 흥행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물론 그해에는 경기시간도 최근 수년 가운데 가장 짧았다. 올해는 2012년과 이 두가지 지표에서 닮았다. 홈런도 적었고, 경기시간도 유의미하게 짧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과거와 올 시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변화의 폭이다. 지난 10년간 홈런 수가 전년 대비 이 정도로 큰 폭으로 변했던 적은 없었다. 올 시즌 이전까지의 시즌별 평균 홈런 수의 변화폭은 평균이나 표준편차 모두 0.2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무려 경기당 1.0개의 홈런이 줄었다. 조금 과장하면 2019년의 야구와 2018년의 야구가 다른 야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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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급격한 변화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같은 맥락에서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차이 식별'을 매우 중요시한다. 변화와 혁신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티 안 나고, 거부감 없이 하는 것도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2019시즌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너무 급격했고, 결과 또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관중 수 급감의 탓을 반발계수 조정으로 몰고가서 다시금 급격한 변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급격한 변화는 팬들로 하여금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누적된 혼란은 리그 자체를 몰락시킬 수도 있다. 치밀한 전략과 분석 그리고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유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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