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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차 큰 변화구처럼… 추락하다가 치솟은 류현진

조선일보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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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차 큰 변화구처럼… 추락하다가 치솟은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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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았던 2019 시즌]

기록적인 투구로 시즌 초반 지배, 8월말부터 4경기 연속 난타당해
마지막 3경기서 화려하게 부활… 디그롬과 사이영상 팽팽한 경쟁
투구 이닝·탈삼진은 디그롬, 승수·자책점은 류현진 우위
류현진(32·LA 다저스)은 29일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을 마치고 나서 "이번 시즌에 들어가면서 건강에 더 신경 썼다. 선발로 30번을 뛰고 싶었는데, 29번 했으니 (목표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평균자책점 타이틀은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선물"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작년에 3600만달러(약 432억원)짜리 6년 계약이 끝나면서 FA(자유계약선수) 권리 행사 대신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를 받아들였다. 작년 메이저리그 연봉 1~125위 선수 평균치인 1790만달러(약 215억원)를 받고 1년을 더 뛰는 조건이었다. 'FA 재수' 이유는 단순했다. 건강하게 2019시즌을 보내 '부상이 잦다'는 논란을 잠재우고 성적에 합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였다.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을 하면서 재활에 2년 이상을 보냈고, 작년에도 다리 근육 부상으로 100일간 뛰지 못했다. 그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국내 LG 트레이닝 코치를 지냈던 김용일씨를 전담 트레이너로 삼고 겨우내 땀 흘렸다.

◇굿 스타트, 추락 이후 반등

출발부터 좋았다. 지난 3월 29일 홈 개막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선발 출전해 한국인 투수로는 2001년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18년 만에 승리를 따냈다. 5월엔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라는 빼어난 투구로 '이달의 투수'로 뽑혔고, 7월 10일 제90회 올스타전엔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LA다저스 류현진이 지난 15일 뉴욕 메츠 원정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을 연속 동작으로 잡은 사진. 당시 그는 메츠의 간판 투수이자 사이영상 경쟁자인 제이컵 디그롬과 선발 대결을 펼쳐 나란히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 포토블로그

LA다저스 류현진이 지난 15일 뉴욕 메츠 원정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을 연속 동작으로 잡은 사진. 당시 그는 메츠의 간판 투수이자 사이영상 경쟁자인 제이컵 디그롬과 선발 대결을 펼쳐 나란히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 포토블로그


구종 레퍼토리에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걸치는 체인지업, 우타자 몸쪽 아래로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을 가다듬었다. 그의 직구 평균 속도(145㎞)는 메이저리그 평균(150㎞)에 미치지 못한다. 대신 직구와 변화구 투구 동작이 흡사하고, 구종에 따라 스피드 차이가 커 타자가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갖다 맞혀도 정타(正打)가 잘 나오지 않는다. 제구가 좋아 그가 올해 허용한 볼넷(24개)은 규정 투구 이닝(162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약 60명 중 가장 적다.

류현진은 '재수생'답게 공부도 열심히 했다. 경기 전 상대팀 타자 자료를 숙지하고, 투수 코치 앞에서 어떤 식으로 투구하겠다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경기 도중에도 타자 공략법에 변화를 줬다.

류현진은 8월 12일 애리조나전에서 12번째 승리를 따내며 승승장구했을 때 미국 현지 언론 대부분이 그를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 5년 만에 제대로 풀타임을 소화하다 보니 투구 밸런스가 자신도 모르게 흔들렸다. 류현진은 8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부터 네 경기 내리 난타당하며 3패를 당했다. 1.45였던 평균자책점은 2.45까지 치솟았다. 사이영상도 점점 멀어져갔다.


류현진은 한 차례 등판을 건너뛰고, 평소에 하지 않던 불펜 피칭으로 투구 메커니즘을 점검했다. 결국 마지막 세 차례 등판에서 21이닝 3실점으로 구위를 회복해 2승을 보탰다. 14승은 2013, 2014년에 이은 개인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류현진은 타자로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한 해였다. 지난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 후 첫 대포(1점)를 쐈다. 데뷔 첫해 장타를 터뜨리며 얻었던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이 다시 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도 5회 결승 타점이 된 적시타를 쳤다.

◇'가을 야구' 피날레도 도전

다저스는 29일 류현진을 앞세워 시즌 105번째 승리(56패)를 따냈다. 연고지가 뉴욕 브루클린이었던 1953년 세웠던 한 시즌 최다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30일 자이언츠와의 정규 리그 최종전에서 이기면 새 역사를 쓴다. 류현진은 10월 4일부터 시작하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한다. 현지에선 그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 3선승제)의 2차전 선발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이영상 경쟁의 불씨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류현진은 경쟁자인 뉴욕 메츠의 제이컵 디그롬에 대해 "수상 자격이 있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탈삼진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다른 투수들을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류현진은 쿠어스 필드(콜로라도 로키스 홈구장)에 두 번 등판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공기저항이 적은 고지대라 장타가 많이 나오는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에서 두 경기 10이닝 7실점했다. 디그롬은 쿠어스 필드에 등판한 적이 없다. 사이영상 수상자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단(리그별 30명)이 투표로 뽑는다. 수상자는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발표된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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