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홈런 2방 추가 47개로 MLB 전체 단독 선두 올라
7월 홈런 더비 우승했지만 게레로 주니어에 가려져
시즌 막판 다시 맹타 휘둘러… 진짜 '올해의 주연' 재평가
피트 알론소(25·뉴욕 메츠)는 마이너리그 시절 하루빨리 빅리그 무대에 서고 싶었다. 돈이나 명예보다 할아버지의 꿈 때문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인 알론소의 할아버지는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을 피해 미국 뉴욕 퀸스에 정착했다. 가난한 이민자는 야구를 보며 고단한 삶을 달랬다. 오하이오,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기면서도 뉴욕 야구를 동경했다.
알론소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메츠에 지명받았다. 손자가 퀸스 연고지 팀에 입단하자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나 생전에 손자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지켜보지 못했다. 알론소는 올해 3월, 메츠 유니폼을 입고 꿈에 그리던 무대에 입성했다. 그러곤 MLB(미 프로야구) 사상 어떤 신인보다 강렬한 루키 시즌을 써내려 가고 있다.
뉴욕 메츠의 피트 알론소는 10일 올 시즌 46·47호 홈런을 때려내며 2017년 애런 저지가 세운 MLB 단일 시즌 신인 최다 홈런 기록(52개)에 5개 차로 따라붙었다. 사진은 지난달 시카고 컵스전에서 솔로 홈런을 치는 알론소의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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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론소는 1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벌인 MLB 홈경기(뉴욕 시티필드)에서 솔로 홈런 두 방(46·47호)을 터뜨리며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위 마이크 트라우트(45개)와 2개 차다. 알론소의 활약에 힘입어 메츠가 3대1로 이겼다.
알론소는 올 시즌 각종 홈런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이미 내셔널리그 한 시즌 신인 최다 홈런, 뉴욕 메츠 소속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앞으로 대포 6개를 더 쏘아 올리면 2017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세운 'MLB 단일 시즌 신인 최다 홈런(52개)'을 넘어선다.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수상은 확정적이다.
알론소는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우승했지만, 결승 라운드까지 무려 91개의 아치를 그린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에 가려졌다. 현지 매체들이 '진정한 챔피언은 게레로 주니어였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 다시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알론소가 진짜 올해의 주연(主演)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알론소는 지난해 트리플·더블 A에서 홈런 36개를 생산하며 공격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수비(1루)에서 약점을 보여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 그는 올해 스프링 캠프에서 부족한 수비력을 보강하기 위해 맹훈련했다. 미키 캘러웨이 메츠 감독은 "야구장 그라운드키퍼가 내게 다가와 '저 친구가 운동장을 망치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알론소가 지독한 내야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알론소는 올해 준수한 1루 수비력으로 팀에 보탬이 된다.
키 190㎝, 몸무게 111㎏의 알론소는 전형적인 거포 체구다. 그래서 붙은 별명도 '북극곰(Polar Bear)'. 하지만 파워와 함께 정교함도 갖췄다는 평가다. 보통 선수들이 경기 전 풀스윙으로 타격 훈련을 하는 것과 달리 알론소는 '체크 스윙(check-swing)'을 반복한다. 공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혀 상대적으로 힘을 덜 들이고 담장을 넘기기 위한 연습법이다. 이렇다 보니 우타자 알론소의 홈런 타구는 왼쪽(당겨치기)은 물론 가운데, 오른쪽(밀어치기)으로 골고루 나타난다.
알론소는 플로리다대학 시절 타격 연습을 하다가 코뼈가 부러지고도 마스크를 차고 시즌 내내 경기에 나설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빅리그 신인이지만 3루 주자로 있을 땐 타석에 선 팀 동료에게 큰 소리로 응원 구호를 보낸다. 메츠의 베테랑 내야수 토드 프레이저는 "모두가 홈런을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야구선수로서 알론소의 태도다. 그는 함께 뛰는 모두에게 믿음을 준다"고 말했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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