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서바이벌과 힙합 서바이벌에 거듭 도전하며 실력과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담금질해 온 우진영./ 사진제공=디원스엔터테인먼트 |
“기회를 찾으려고요. 없으면 만들 거예요.”
그룹 디원스로 데뷔한 래퍼 우진영은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나가고 싶은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두 번의 아이돌 서바이벌과 한 번의 힙합 서바이벌을 거친 경험자다운 대답이었다. 우진영은 지치지 않고 도전해왔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 2’에서 ‘우진영 미쳤지’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랩 메이킹을 보여줬고, JTBC ‘믹스나인’에선 최종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데뷔는 번번이 무산됐다. JYP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있었을 때부터 랩을 해 온 우진영은 최근엔 Mnet ‘쇼미더머니8(‘쇼미8’)’에도 지원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합격 목걸이를 2차에서 받은 후, 60초 비트 랩 심사까지 갔으나 탈락했다. 몸살 감기에 걸렸던 상태였던 우진영은 결국 무대에서 난조를 보였다. 매드클라운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컨디션이 안 좋은 게 눈에 보였다”며 안타까워했다. 탈락 장면이 방송된 후인 지난 13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우진영을 만났다. 우진영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도, ‘래퍼 우진영’으로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조금씩 자신만의 길을 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진영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간다.
10. ‘쇼미8’에서 떨어지긴 했어도 후회는 없나?
우진영: 반반인 것 같다. 디원스로 데뷔를 준비하면서도 랩을 좋아하는 ‘래퍼 우진영’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공을 많이 들였다. ‘쇼미8’에서 정말 멋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컨디션 관리를 못한 건 내 잘못이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못하고 떨어진 것 같은 마음도 들었다. 아쉬워도 도전은 잘했다.
10. 디원스 데뷔 준비와 ‘쇼미8’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우진영: 멤버들과 아침부터 밤까지 춤 연습을 함께 하고, 연습이 끝나면 ‘쇼미8’을 준비했다. 같이 하는 것이 조금 벅찬 느낌은 있었지만 최대한 열심히 했다. 틈 날 때마다 가사를 썼고, 회사에서도 배려해줬다.
10.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쇼미8’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나?
우진영: 60초 비트 랩 심사까지는 합격했을 것 같다.(웃음) 준비한 랩이 괜찮아서 멋있게만 하면 충분히 붙을 수 있을 거라고 주변에서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1차 심사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흔들렸던 부분이 있어 이를 악물고 했다.
10. ‘쇼미8’ 현장에서 만난 래퍼들 중 같이 작업을 하고 싶거나 교류하고 싶은 래퍼가 있었나?
우진영: 비와이 심사위원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펀치넬로, EK 선배도 팬이라 나중에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영광일 것 같다.
10. 랩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진영: 중학생 때 우연히 지코 선배의 믹스테이프를 듣고 랩이 좋아졌다. 그 당시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영될 때라 크라운제이의 ‘그녀를 뺏겠습니다’를 재미 삼아 따라 해봤는데 친형이 칭찬을 해줬다. 혼자 박자를 타보는 것도 재밌었는데 랩이 또박또박 잘 들린다며 칭찬을 받으니까 더 재밌어지고 욕심도 났다. 노래보다는 랩이 좋았던 정도였다가 연습생 오디션에 합격하고 난 뒤부터 랩의 세계에 대해 눈을 떴다.
10. 힙합은 어떤 면이 좋은가?
우진영: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점이다.(웃음) 내가 원하는 대로 랩 기술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고 새로운 요소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10. 자신에게 영향을 준 힙합 곡이 있다면?
우진영: 지코 선배의 믹스테이프를 포함해 더블케이, 개코, 릴보이, 더콰이엇 선배의 음악도 엄청 많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힙합을 듣기 시작한 초반엔 더블케이 선배의 앨범을 너무 좋아해서 많이 따라하고 연습했다. 더블케이 선배의 앨범 ‘Positive Mind’(2004)를 많이 들었고, 수록곡 ‘Hot Girl(feat. 이효리)’을 특히 좋아했다. 더블케이 선배가 ‘쇼미더머니’ 시즌에 출연했던 부분도 다 챙겨봤다.
10. 수록곡 전체를 돌려 들은 또 다른 앨범이 있다면?
우진영: ‘파급효과(Ripple Effect)’(2014), ‘우리효과(We Effect)’(2017) 등 저스트뮤직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씨잼, 기리보이 등 저스트뮤직 소속 래퍼들을 좋아한다. 특히 씨잼 선배의 ‘킁’을 듣고선 충격을 받았다. 새로운 스타일을 너무 멋있게 해냈다고 느꼈다.
10. 올해 가장 많이 들은 힙합 곡이나 앨범은?
우진영: 외국 힙합 뮤지션 중에선 켄드릭 라마의 ‘DNA.’와 ‘King’s Dead’다. ‘DNA.’는 운동할 때마다 들으면서 근육을 키웠고, ‘King’s Dead’는 켄드릭 라마가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랩 하는 것이 멋있어서 많이 들었다. 국내 힙합 앨범 중에서는 인디고뮤직 곡을 많이 들었다. 훅 부분이 신나고 좋은 데다 저스디스, 키드밀리, 노엘, 영비, 재키와이 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랩을 해주니까 반복 재생하게 됐다.
10. 그간 방송에서는 타이트한 랩을 주로 들려줬다. 최근 힙합계에선 타이트한 랩만이 잘한다는 공식을 벗어나 싱잉 랩이나 멈블 랩 등 다양한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플로우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고민도 해본 적이 있나?
우진영: 내 취향은 소위 ‘때려박는 랩’이라고 하는, 정확하고 잘 들리고 꽉 찬 랩이다. 그렇지만 타이트한 랩을 할 거면 그 분야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다양하게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여전히 내 무기는 타이트한 랩이지만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디원스 데뷔 앨범에는 힘을 많이 뺀 랩이나 싱잉에 가까운 랩도 많이 넣었다. 트렌디한 스타일도 필요하다면 최대한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10. 과시하다란 뜻을 가진 ‘Flex(플렉스)’라는 단어도 최근 힙합계에서 유행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플렉싱’하고 싶나?
우진영: 나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다.(웃음) 좋은 집 사고 어머님께 용돈도 드리고 싶다. 롤렉스 시계도 차 보고 싶다. 하하. 열심히 하면 좋은 자동차도 사는 꿈을 꿔보고 있다. 아직 면허는 없다.
10. ‘쇼미더머니’가 다음 시즌으로 돌아온다면 재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우진영: 반반이다. 이번에 너무 애매하게 떨어져서 나 자신에게 화도나고 답답했다. 한 번 더 나간다면 아프지도 않고 준비를 오래 해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 다만 디원스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테니 혼자만의 결정으로 팀에 피해를 주거나 하고 싶진 않다.
10. 60초 비트 랩 심사에선 프로듀서 ‘KEVIN COSTCO AKA PSYCOBAN’이 만든 비트에 랩을 했다. 비트메이킹이나 프로듀싱에도 관심이 있나?
우진영: 나중엔 내가 직접 찍은 비트들로 앨범을 내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다. ‘HNB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김준형이 ‘누페이스’라는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라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아직 곡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성장하고 싶은 욕심은 가득하다.(웃음)
아이돌, 래퍼, 프로듀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우진영./ 사진제공=디원스엔터테인먼트 |
10. ‘믹스나인’ 당시 ‘칠성’ 팀으로서 무대 위에 함께 올랐던 병곤도 그룹 CIX의 BX로 데뷔했다. CIX와 디원스의 활동이 겹쳐서 방송국에서 자주 보고 반가웠겠다.
우진영: 병곤이랑 정말 친해서 디원스 데뷔 준비할 때도 연락을 계속 했다. 내가 데뷔할 때도 병곤이가 카톡을 줬고,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나는 안기는 걸 좋아하고 병곤이는 안아주는 걸 좋아한다.(웃음)
10. 앞으로 아이돌과 래퍼로서 꾸준히 활동할 텐데 ‘래퍼 우진영’으로선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
우진영: 평소에 내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음악을 통해선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또 노래를 만들 때 상상보다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돌로서 음악을 할 땐 아무래도 제약을 받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래퍼 우진영으로서 음악을 낼 땐 야한 가사도 써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내가 만든 솔직한 음악으로 인정도 받고, 오래 행복하게 활동하고 싶다. 나는 음악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왕 하는 거, 잘한다는 소리 들으면 좋지 않나.(웃음)
10. 한 인터뷰에선 잘 될 때마다 봐주는 사람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우진영: 잘될 것 같으면 안돼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물거품이 되면 나 혼자 쇼한 느낌이니까. 이젠 데뷔를 했으니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듯,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늘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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