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리빌딩에 날개 꺾인 독수리
지난 30일 KT전은 한화의 현 주소를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8회초 김태균이 안타로 출루하자 한용덕 감독은 대주자로 유장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속 타자 안타를 치자 유장혁은 전력질주를 했다. 러닝을 이어가던 유장혁은 3루를 밟은 뒤 스스로 넘어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 홈으로 쇄도했지만 태그 아웃됐다.
이닝은 그대로 종료됐고 9회에는 대주자 노시환이 견제사를 당하면서 한화는 2-3으로 패했다. 경험 부족이 여지없이 드러난 경기였다.
한화는 31일 기준 올 시즌 35승 63패로 리그 9위에 쳐져있다. 최하위 롯데와 게임차는 동률인 상태로 승률 부분에 앞선 순위다. 5월만 해도 5할 승률에 근접했던 한화지만 6월부턴 끝없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11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베테랑과 신인급 선수들의 조화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합쳐진 결과였다.
올 시즌에 앞서 한용덕 감독은 리빌딩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너무 무모했다.
한 감독은 지난해 김재영, 김민우, 박상원, 김범수, 서균, 박주홍 등 새 얼굴들을 발굴해냈다. 하지만 이들은 팀 내 핵심선수가 아닌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 감독은 리빌딩을 위해 베테랑을 과감히 쳐냈다.심수창, 배영수, 권혁 등이 한화를 떠나 새 둥지를 틀었다.
잡음도 발생했다. 시즌 전 연습경기에서 잦은 보직 이동과 교체 지시를 받던 이용규는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가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징계를 받았다.
갑작스런 변화로 한화는 다른 팀이 됐다. 지난해의 끈끈했던 컬러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베테랑 선수들이 떠나가면서 팀의 무게감이 없어졌다. 신인들이 주축이 된 라인업으로 구성됐지만 별 다른 힘을 써보지 못했다.
신인들이 부진을 해도 이들을 대체할 베테랑 선수들이 부족해 마인드나 경기력으로 잡아주질 못하고 있다. 신인들과 베테랑 선수들을 이어줄 중간급 선수들도 적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남은 베테랑들이 건재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까지 잘 버텨주던 베테랑들은 힘이 많이 떨어졌다. 김태균이 팀 내 최고 타율(0.309)로 분전하고 있을 뿐이다. 외국 선수들도 별 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정근우는 부상으로 1군과 2군을 전전하고 있다.
최근 한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지는) 시점이 오면 (신인급 선수 출전 기회 부여 등) 다시 한 번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베테랑을 홀대하진 않겠다. 팀을 잘 관리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별 다른 건 없었다.
오히려 송은범을 트레이드 해 신정락을 얻어오는 등 말과 다른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인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심수창, 배영수, 권혁 등이 나간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김민우, 김범수 그리고 2군에 있는 김재영, 김성훈, 박주홍 등 20대 투수들도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지만 기복이 있거나 성장세가 더디다. 노시환, 유장혁, 변우혁 등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화는 플레이오프와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리빌딩으로 팀 기조를 바꿔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다.
리빌딩은 구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선수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은퇴를 한고 이를 대체할 선수들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리빌딩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팀의 조화를 잊은 채 젊은 선수들만 기용하려던 한화의 욕심은 화가 되어 돌아왔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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