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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쿠키뉴스 '옐로카드'

[옐로카드] 호날두와 유벤투스, 그리고 더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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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노쇼 사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무례함과 유벤투스의 욕심, 그리고 이를 주최한 더 페스타의 무능함이 더해져 야기된 참사였다. 2019년 7월 26일은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날로 국내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전망이다.

지난 26일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전 무대였던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최대 40만 원에 달하는 티켓 값도, 짓궂은 날씨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호날두와 유벤투스 선수들을 보기 위해 6만 여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친선전의 주인공은 사실상 호날두였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그는 9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좀처럼 오지 않을 기회에 들뜬 국내 축구 팬들은 지갑을 열어 호날두의 유니폼을 샀다. 눈물을 머금고 암표를 구매하기도 했다.

쿠키뉴스가 경기 전 만난 이창현(29)씨는 '한국에서 언제 또 호날두를 볼 수 있겠는가. 오늘 경기는 정말 특별하다. 나는 정말 호날두를 좋아한다'며 '호날두가 뛰는 것을 내 눈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감은 곧 실망과 분노로 변했다.

컨디션 관리를 이유로 예정된 팬 사인회 참여를 거부했던 호날두는 전,후반 90분이 지나도록 벤치만 지켰다. 워밍업조차 하지 않았고 경기 종료 뒤엔 인사도 없이 라커룸으로 달아났다.

주최사인 더 페스타의 주장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45분 의무 출장'에 동의했다. 이를 어길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콧방귀만 꼈다.

경악스러운 사후 대처도 화를 불렀다.

팬들의 분노를 인지했음에도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다리 근육이 좋지 않아 뛰지 못했다는 호날두는 이튿날 트레드밀 위에서 러닝을 즐기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 '집에 와서 좋다'는 글귀를 덧붙이며 한국 축구 팬들을 우롱했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결장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호날두가 보고 싶다면 이탈리아로 와라. 내가 비행기 표를 사주겠다'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호날두는 중국에서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비행기 연착 등의 변수도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결장에 당위성을 부여하진 않는다.

그는 돈으로 움직이는 프로 선수다. 계약을 맺었다면 이를 이행해야 마땅하다. 궂은 날씨, 킥오프가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들었다면 마음을 바꿔서라도 그라운드를 밟았어야 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45분을 뛰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팬들이 이정도로 분노하지는 않았을 터다.

그와 동행한 유벤투스 선수들 또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팬 사인회에 참석했고 팀 K리그 선수들과 전력을 다해 경기를 펼쳤다.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이었다. 이날 경기의 유일한 흠은 호날두의 결장이었다. 호날두의 안하무인이 동료들의 명예를 더럽힌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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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에 눈이 멀어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을 진행한 유벤투스에게도 책임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유벤투스 선수단은 싱가포르, 중국에서의 연이은 일정 소화로 지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어지는 무박 2일 일정은 선수들의 불만을 초래하기 쉬웠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선뜻 더 페스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유벤투스는 경기 전 KBS2 축구 예능 '으라차차 만수로'와의 촬영도 약속했다. KBS에 따르면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경기 전 출연진과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일 제대로 된 설명, 사과도 없이 촬영 취소를 통보했다. 촉박한 시간 속 팬 미팅과 사인회에 이어 방송촬영까지 진행하려 했던 유벤투스 수뇌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일을 벌여만 놓고 책임은 회피했다.

스포츠조선 보도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자신들의 지각으로 킥오프 시간이 미뤄지자 '90분 경기를 못 하겠으니 80분으로 줄이고 싶다'고 요구했다. 쉬는 시간은 10분으로 줄이자고 했다.

이뿐 아니라 유벤투스는 킥오프 시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며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만 여명이 팬들이 호날두 뿐만 아니라 유벤투스 선수단 자체를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유벤투스가 국내 축구팬들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주최사인 더 페스타의 허술한 일처리 역시 이번 '노쇼 사태'를 부른 주요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입국한 당일 경기를 치르는 경우는 드물다. 연착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선수들의 컨디션도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를 초청하기로 결정했다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했다. 유벤투스가 중국 일정 등으로 이를 거부했다면 더 페스타 역시 과감히 손을 떼야 했다.

하지만 더 페스타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봤고 킥오프 지연 등의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안전장치 마련에 소홀했던 것이 치명적이다.

로빈 장 대표의 말에 따르면 호날두와 유벤투스가 조항을 어겼을 시의 위약금은 수억 원에 그친다. 세계적인 클럽과 선수로선 부담이 없는 금액이다. '45분 의무 출전'이라는 의무 조항이 포함돼 있었더라도 어겼을 시의 패널티를 강하게 책정했어야 옳다. 급한 쪽은 북경 투어가 불발 된 유벤투스였다. 이를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어야 했다.

후반 10분이 지나서야 호날두의 결장 의지를 알게 되고, 부랴부랴 유벤투스 관계자를 만나 항의한 정황은 더 페스타의 경험 부족,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상처 받은 팬들의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무례한 호날두는 그럼에도 여전히 천문한적인 자본이 따라다니는 축구 스타다. 유벤투스는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머쥐고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그깟 위약금은 지불하면 그만이다. 축구 팬들이 더 페스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그것으로 호날두와 유벤투스로부터 받은 실망과 배신감을 지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쿠키뉴스 문대찬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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