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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X자 布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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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판윈뤄 八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1보〉(1~16)=조치훈·조훈현·이창호 등 대성한 바둑인들 대부분이 그랬듯 김지석에게도 신동(神童) 이미지가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다. 초등학생 시절 김지석의 귀족적 용모와 깜찍한 기량만 기억하던 올드팬들이 어쩌다 행사장에서 그와 마주칠 때면 달라진 모습에 놀라곤 한다. 첫돌을 앞둔 딸을 키우는 만 30세 아빠의 모습에서 20년 전의 천재 꼬마를 불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지석이 흑을 선택했다. 최근엔 백을 선호하는 국제적 추세를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출발이다. 게다가 1, 3의 대각선 화점이 심상치 않다. 4까지 흑백이 가위의 양날처럼 엇갈렸다. X자형 화점 포진으로 대치하는 바둑은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싸우자는 뜻이다. 힘바둑의 대명사적 존재인 김지석이 난전으로 반상(盤上)을 휘몰아칠 작심을 하고 나온 것일까.

그런 뒤 흑의 선택은 5의 침공이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먼저 귀에 걸치고, 변(邊)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포석의 상식이 어느새 아득한 옛 추억이 됐다. 인공지능(AI)의 위력이다. 15까지는 요즘 유행 중인 정석 중 하나. 13으론 참고도처럼 둘 수도 있다. 노타임 경쟁이 끝나고 16의 양걸침에 처음 3분을 썼다. 언젠가부터 실내가 후끈해졌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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