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서머 클래식'을 빛낸 다저스의 별, 류현진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선발투수 등판

1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 펼쳐

아내 배지현, 가족과 함께 레드카펫도 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4-3으로 승리

MVP는 1이닝 3K 잡아낸 셰인 비버

10일(한국시각)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는 류현진. [AFP=연합뉴스]

'코리언 몬스터'가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호투했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MLB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무실점했다. 한국인 선수가 올스타전에 출전한 건 박찬호(2001년), 김병현(2002년), 추신수(2018년)에 이어 네 번째다. 그러나 선발투수로 등판한 건 류현진이 최초다. 아시아 선수로 범위를 넓혀도 1995년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 이후 두 번째다.

류현진은 1회 말 선두타자 조지 스프링어(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초구 시속 90마일(약 145㎞) 직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2구째는 더 빠른 91마일 포심패스트볼. 스프링어는 2루수-유격수 사이로 땅볼 타구를 보냈다. 정확하게 맞진 않았지만 2루수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잡기엔 힘든 코스였다. 내야안타.

올스타전을 앞두고 기념촬영에 나선 류현진. [LA 다저스 트위터 캡처]

2번 타자는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0.336) DJ 르메이휴(뉴욕 양키스). 류현진은 긴장한 듯 제구가 흔들리면서 볼 2개를 연달아 던졌다. 3구는 파울. 유인구로 던진 4구는 완벽하게 바깥쪽 코스로 들어갔다. 르메이휴는 체인지업을 건드렸지만, 힘없이 류현진 앞으로 굴렀다. 류현진은 침착하게 공을 잡아 1루로 던져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만들었다. 1사 2루.

다음 타자는 MLB 최고의 강타자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평소 트라우트에 10타수 무안타로 강했던 류현진은 초구 직구 이후 2구째 컷패스트볼을 던졌다. 낮게 떨어진 공을 트라우트가 잘 받아쳤지만, 공은 수비 시프트를 펼친 마르테 앞으로 굴러갔다. 2사 3루. 류현진은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4번 타자 카를로스 산타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오며 씩 웃었다.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류현진답지 않았다. 류현진은 "1이닝을 깔끔하게 끝냈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몸을 푸는 등 정규시즌 못잖게 철저하게 준비하는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세 타자로 끝내고 싶었지만, (스프링어에게) 빗맞은 것이 안타가 됐다. 그래도 기분 좋게 내려왔다. 재밌게 잘 던졌다"며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 올스타전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류현진과 아내 배지현. 류현진은 이 행사에 아버지 류재천씨, 어머니 박승순씨, 형 류현수 등을 가족을 전부 초대했다. [사진 류현진, 배지현 SNS]

이날 아메리칸리그 올스타 선발 투수는 저스틴 벌랜더(36·휴스턴)였다. 우완 정통파 벌랜더는 최고 시속 97.3마일(157㎞) 강속구로 타자들을 윽박질러 삼진 2개를 잡았다. 반면 류현진은 구속과 구종 변화를 통해 땅볼 아웃 3개를 끌어냈다. 류현진은 "나도 당연히 강한 공을 던지면 좋겠지만 (벌랜더와는) 반대의 투수이기 때문에 구속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과 달리 선수들이 진지했다. 앞으로도 자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경기 전 가족과 함께 레드 카펫 행사에 참여했다.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는 하얀색 미니 드레스를 입고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류재천 씨, 어머니 박승순 씨, 형 류현수 에이스펙 코퍼레이션 대표는 올스타 내셔널리그 유니폼을 착용했다. 배지현 아나운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정말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남겼다. 류현진은 14~15일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후반기 첫 등판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경기에선 아메리칸리그가 내셔널리그를 4-3으로 제압하고, 7년 연속 승리를 거뒀다. 통산 전적에서도 45승 43패 2무로 우위를 지켰다.

올스타전 MVP 트로피를 들어올린 클리블랜드 투수 셰인 비버. [AP=연합뉴스]

아메리칸리그는 2회 류현진에 이어 올라온 클레이턴 커쇼(다저스)에게 선취점을 뽑아냈다. 5회엔 호르헤 폴랑코(미네소타 트윈스)가 워커 뷸러(다저스)를 상대로 적시타를 쳐 2-0을 만들었다. 내셔널리그는 6회 초 찰리 블랙몬(콜로라도 로키스)의 솔로홈런으로 추격했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가 7회 조이 갈로(텍사스 레인저스)의 솔로홈런 등으로 두 점을 더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내셔널리그는 8회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가 2타점 적시타를 쳐 따라붙었으나 역전엔 실패했다.

최우수선수상은 클리블랜드 오른손 투수 셰인 비버에게 돌아갔다. 5회 등판한 비버는 윌슨 콘트레라스(시카고 컵스), 케텔 마르테,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비버는 당초 올스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마이크 마이너(텍사스)의 대체선수로 뽑혀 MVP까지 차지했다. 올스타전 투수 MVP는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 이후 6년 만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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