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借屍還魂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본선 1회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九단 / 黑 변상일 九단

조선일보

〈제12보〉(154~172)=바둑이 지닌 신비 중 하나는 부분적 정수의 집합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란 점이다. 작은 전투를 더 많이 이겼다고 전쟁의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흑 ▲는 좌변의 약점 때문에 159로 물러나 받는 것이 국지적으로 정수. 하지만 그렇게 정리하면 흑은 집 부족으로 패배가 결정된다. 변상일은 ▲을 통해 이렇게 외치고 있다. "좌변에서 수를 내라. 나는 그 과정에서 반전 기회를 잡아채겠다."

양딩신이 마침내 칼을 뽑아들었다. 157이 혼신의 반발수. 159 역시 자폭에 가까운 승부수다. 이 수로 참고도처럼 두는 것은 16까지 위쪽 흑 6점이 떨어져 폭망한다. 주목할 것은 ▲가 놓이면서 흑에게 '가'로 붙이는 노림이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이 노림이 이 바둑의 역전에 결정타가 된다. 가위 병법에 등장하는 차시환혼(借屍還魂)의 경지다.

168까지 쌍방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그 와중에 귀에서 패가 발생했다. 170으로 젖히는 팻감을 흑은 받지 않고 좌하 패를 해소했다(흑도 마땅한 팻감이 없다). 그렇다면 172는 당연한 백의 권리. 이 수로 백은 흑에게 패의 대가(代價)를 혹독하게 청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순 하나가 빠지면서 양딩신은 천추의 한을 남겼으니….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