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빠져나온 부녀, 美국경 넘으려 강 건너다가 익사
"난민 정책 바꿔라" 비판 목소리
24일(현지 시각) 멕시코 일간지 라 호르나다의 사진기자 훌리아 레 두크는 멕시코 접경지역인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어린 여자아이와 젊은 아빠가 해변에 나란히 얼굴을 묻고 엎드린 채로 사망한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사진 속에서 아빠는 자신의 상의로 어린 딸을 감싸고 있고, 아이의 가느다란 팔은 아빠의 목을 휘감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국경에서 1㎞ 떨어진 멕시코 강변에 엘살바도르 국적의 아빠와 23개월 된 그의 딸의 시신이 잠겨 있다. 아빠는 자신의 셔츠로 아이의 몸을 감쌌고, 아이의 팔은 아빠의 목을 감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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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엘살바도르 국적의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로,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려다 사망했다. 부녀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국경 너머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라 호르나다에 따르면, 오스카와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알바로스는 딸 발레리아를 데리고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했다. 오스카는 딸이 강물에 휩쓸리지 않게 자신의 셔츠 안쪽으로 등에 업고서 일단 미국 쪽 해변에 도달했다. 이후 오스카는 강 건너편에 두고 온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딸을 남겨둔 채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갔는데, 혼자 남은 발레리아는 아빠를 따라 강에 뛰어들었고 이 모습에 놀란 오스카가 헤엄쳐서 딸을 붙잡으려 하다가 급류에 휘말려 사고를 당했다. 강 건너편에서 아내는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CNN은 "미국 정부의 강경한 난민 정책이 난민들이 더 위험한 경로로 입국하도록 몰아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을 찍은 기자는 25일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만약 이런 광경이 정책 결정자들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나쁜 상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스카 부녀의 시신 송환에는 8000달러가 들어가는데 가족들의 하루 수입은 10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엘살바도르 정부가 금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오스카 부녀의 사진은 2015년 터키 남부 해변에서 엎드린 채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를 떠올리게 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는 25일 의회에서 "이 사진을 보기가 너무 괴롭다. 이건 미국판 시리아 난민 어린이(쿠르디)다"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불법 이민자 대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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