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이 최선의 결과는 없다
이쯤 되면 변화를 무서워하는 게 아닌가 싶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0분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호주전을 앞두고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면서도 변화를 줘야 하는 부분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겠다'며 전술 변화를 예고했다.
대표팀은 호주전에서 스리백을 펼쳤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전 이후 약 5개월 만에 스리백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비록 스리백 사용 동안 호주에게 일방적으로 압박을 당했지만 전술 변화를 볼 수 있던 경기였다.
하지만 소극적인 선수기용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손흥민 의존증'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간 대표팀에 차출 될 때마다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손흥민은 지난 1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 휴식 없이 곧바로 귀국 길에 올라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호주전에서도 예상대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었지만 축구팬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또한 벤투 감독은 이날 교체카드를 단 3장만 사용했다.
후반 20분이 돼서야 황의조, 나상호, 홍철을 차례로 투입했다. 평가전에선 6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14명만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외면하고 교체 카드를 아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선 평가전에서도 벤투 감독은 교체 카드에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강인, 백승호 등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에 교체 투입된 황의조 등은 평소 A매치 경기에 자주 출전했던 선수들이다.교체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을 평가하고, 다양한 전술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안정만을 고집했다.
물론 평가전을 실전 답게 치르는 것이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과 부합하는 것일 수는 있다. 훈련을 직접 지켜본 결과 이승우나 백승호 등이 아직 성인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벤투 감독이 플랜 B 준비에 소홀하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벤투호는 출범 후 15경기에서 10승 4무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문제는 1패가 지난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게 당한 패배라는 것이다.
아시안컵 당시 한국은 수비 라인을 끌어내린 팀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카타르에게도 역습 한 방에 패했다. 이번에도 라인을 내린 호주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포메이션만 바꾼 어줍잖은 스리백 전술은 공격 전개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월 아시안컵이 끝난 뒤 대표팀의 핵심이었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은퇴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아직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2선과 3선을 조율해줄 새로운 카드들이 필요하지만 벤투 감독은 당장 눈앞에 놓인 승리만 앞두고 기존 선수들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벤투 감독 출범 후 새로 발탁 된 선수들이 여럿 있었으나 경기를 뛰지 못한 채 소속팀으로 돌아간 선수들이 태반이었다.
벤투 감독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경기에 나가지 못한 선수들은, 계속해서 열심히 훈련하고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매번 틀에 박힌 선수 구성이 지속된다면 선수들의 동기부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11일 이란전에서도 선수 구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벤투 감독은 '결과를 쌓아가면서 FIFA 랭킹을 관리할 수 있다'며 '23명을 소집하면 경기에 못 뛰는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이란전에도 총력전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이란전은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선수들의 합을 맞추고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말 그대로 전력을 평가하고 실험하는 무대다. 평가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필요는 없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필요에 따라선 벤치에 있는 선수들까지 정해진 전술 내에서 제 몫을 다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강팀이 된다. 벤투 감독은 이를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 멀리 봐야 한다. 목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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