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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꼭 거기서…“메시·호날두가 못 간다면 강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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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국적의 미키타리안

‘숙적’ 아제르바이잔서 열리는

유로파리그 결승전 결국 ‘불참’

아스널 팬들 “축구의 슬픈 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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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나 호날두가 못 간다고 해도 강행했을까.”

아스널 공격수 헨리크 미키타리안(사진)이 30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첼시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 출전을 포기한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축구는 인종, 국적, 성별을 초월해야 한다’는 축구의 보편적인 원칙마저 지키지 못하는 곳을 결승전 장소로 결정한 유럽축구연맹(UEFA)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스널은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키타리안이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로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나서는 팀과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키타리안은 “결승에 못 나가는 것이 아주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미키타리안은 올 시즌 아스널이 치른 유로파리그 14경기 중 11경기에 출전, 3도움을 올리며 아스널의 결승행에 힘을 보탰다. 맨유에서 뛰던 2017년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골을 기록한 경험도 있다. 에메리 감독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빠지게 돼 아스널로선 상당한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키타리안은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를 끝내 떨치지 못했다. 미키타리안의 조국인 아르메니아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유치한 아제르바이잔과 오랜 적대 관계다. 아르메니아는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이어진 전쟁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점령했다. 2004년 나토의 영어 연수에 참가한 아제르바이잔 장교 라밀 사파로프가 아르메니아 장교를 도끼로 살해한 사건은 두 민족 사이의 원한과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UEFA와 아제르바이잔 축구협회는 미키타리안의 신변 안전을 보장했다. 그렇지만 미키타리안은 그 약속을 믿지 못했다. 실제로 “국적이 아니라 미키타리안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수차례 방문해 분리주의와 점령을 지지한 게 문제”라는 아제르바이잔인이 올린 트윗을 보면 미키타리안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인들의 반감이 잘 드러난다.

아스널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 아스널 팬은 “축구의 슬픈 날이다. 어떤 정치적인 갈등이 있더라도 축구는 이 모든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면서 “UEFA와 바쿠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UEFA는 ‘평등한 경기(Equal Game)’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누구인지, 어디 출신인지, 어떻게 뛰는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평등한 경기’다. 정치적인 이유로 결승에 뛰지 못하는 미키타리안은 UEFA의 ‘평등한 경기’ 구호가 무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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