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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未生馬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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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예선 특선보 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최정 九단 / 黑 정쉬 四단

조선일보

〈제8보〉(117~130)=성적이 오른 기사들에게 비결을 물으면 "승패를 떠나 여유를 갖고 임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유만으론 이길 수 없는 곳이 승부의 세계다. 계속 패하는 선수에게 여유를 주문해봤자 통하지도 않는다. 여유 덕분에 이겼다기보다 자꾸 이기다 보니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 요즘 고공비행 중인 최정은 "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두었더니 성적이 올랐다"고 했다. 그가 고수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증거는 여기서도 발견된다.

백이 △로 '석점머리'를 지킨 장면. 계속해서 흑이 참고도 1로 백 2점을 삼키면 2, 4로 승리를 다지겠다는 속셈이다. 이것은 소위 반면(盤面) 승부여서 흑이 호락호락 응할 수는 없는 일. 117은 적의 유일한 약점인 상변 백을 차단해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의미다. 즐겁기만 해 보이던 백도 여기서 화를 낸다. 118로 살리며 "너는 살았냐?"며 외치고 나선 것.

프로들은 때로는 공격으로 위협하고, 때로는 문을 닫아걸고 자기 보신(保身)에 주력한다. 지금은 흑백의 미생마가 동행(同行)하는 모드다. 이대로 쌍방 공생(共生)한다면 흑이 상변은 깼지만 대신 우변을 내준 결과여서 승산이 희박하다. 그래서 우변 본진과 도킹을 시도하는 130의 발목을 잡아채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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