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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먹튀 시도’ 김호철 대표팀 감독, 스스로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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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감독의 무게를 스스로 짓밟은 남자 배구대표팀 김호철 감독의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 밖에 없다.

배구계는 김호철 감독 ‘파문’으로 시끄럽다. 김호철 감독이 올림픽 예선전 등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둔 상황에 대표팀을 포기하고 프로팀으로 가려고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세진 감독이 관둔 OK저축은행이 김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려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을 받았다. 구단이 먼저 접촉했다면 당연히 비난을 받을 일이지만, 문제는 김 감독이 먼저 OK저축은행에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OK저축은행도 비난이 집중되자, 김호철 감독이 먼저 제안한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 김 감독이 이를 일부 시인했다. 소위 ‘먹튀’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매일경제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의 품격을 떨어뜨린 김호철 감독. 이제 관심은 그의 거취에 집중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해 2월 한국 배구 사상 첫 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중간평가를 받게 되지만,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가 계약기간이다. 더구나 ‘전임 감독 계약 기간에는 프로팀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합의까지 했던 상황이었다.

대한배구협회는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에 김호철 감독을 회부해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 김 감독이 OK저축은행과 협상을 협회에 알리지 않은 데다 프로팀으로 옮기려 한 시도 자체만으로 협회와의 신뢰관계는 끝났다.

하지만 이후 김호철 감독의 태도는 뻔뻔하다. 프로팀으로 가려고 한 시도를 하고 나서도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회는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17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최천식(인하대 감독) 경기력향상위원장이 사퇴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감독은 그대로 있는데, 경기력향상위원장이 먼저 물러난 것이다.

이쯤 되면 김호철 감독의 선택지도 좁혀진다. 배구계에서도 “전임 감독이 전임 감독제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그런 사람이 지휘봉을 계속 잡으면 대표팀이 잘 굴러가겠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 김호철 감독은 누가 뭐라해도 한국 배구의 레전드다. 하지만 이번 먹튀 시도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했다. 더 이상 구차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으려면 공정위원회를 통한 징계 전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을 해야 한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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