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따른 보상금에 상한액 설정…출혈 경쟁 막기에 공감
옵션 공개, 유예기간 설정, 외국인·신인선수 선발과 연계 고민
올해 남자프로배구 FA 중 최고액인 연봉 6억원에 계약한 신영석 |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첫발을 힘겹게 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남자프로배구 구단들이 샐러리캡(팀 연봉총액 상한선) 현실화 방안의 하나로 '옵션(Option)캡' 도입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8일 열린 남자부 7개 구단 사무국장 실무위원회에서 기존 샐러리캡을 유지하되 선수들의 성적에 따른 보상 조건인 옵션에 상한액(옵션캡)을 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선택'을 의미하는 옵션은 선수들이 일정 조건의 성적을 거두면 그에 따른 보상으로 추가 지급하는 금액이다.
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 타자와 계약할 때 타율과 타점, 출루율 등 기준을 채우면 덤으로 주는 플러스옵션과 비슷한 개념이다.
프로배구는 구단별 연봉총액 상한액인 샐러리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FA 계약 때 대어급 선수를 잡는 당근책으로 거액의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남자부의 샐러리캡은 이번 2018-19시즌 25억원, 다가오는 2019-20시즌 26억원, 2020-21시즌 27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배구연맹 규약에는 '샐러리캡에 적용되는 선수 연봉은 계약서상의 기준 연봉을 적용하지만 그 밖의 옵션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여건이 좋은 일부 구단들은 샐러리캡 상한액 제한을 피해 선수들에게 거액의 옵션을 챙겨줬고, 옵션 설정은 구단별로 편차가 심해 '공정한 경쟁'을 막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옵션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전력과 거액의 옵션을 쥐여주기 어려운 구단들은 FA 영입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옵션 자체가 현행 규약 위반은 아니지만 대어급 FA의 몸값 폭등과 우수 선수의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옵션에 모자(Cap)를 씌우는 옵션캡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고, 7개 구단이 취지에 공감했다.
구단들은 앞으로 실무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옵션캡의 상한액을 얼마로 할지가 최대 과제다.
샐러리캡(다음 시즌 26억원)의 50% 또는 70% 등 '몇 %를 넘을 수 없다'고 설정하거나 아예 상한액을 명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신영석(현대캐피탈)과 정지석(대한항공) 등이 옵션 혜택을 받은 반면 옵션캡이 도입된 시점의 대어급 FA들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해 남자프로배구 FA 최대어로 꼽혔던 대한항공의 정지석 |
또 옵션캡 도입 시점을 둘러싼 구단들의 견해차가 크다.
올해 대어급 FA들을 잔류시킨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도입까지 2∼3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구단은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실무위원회에서 기본안을 만들더라도 구단 단장들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옵션캡을 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의 선발 방식 개선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어서 복잡하다.
현재 하위권 팀들에게 유리한 확률 추첨제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방식에 변화를 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년도 V리그 순위에 따라 구단별로 구슬 개수를 차등 부여해 추첨기를 통해 구슬이 나오는 순서로 선수를 지명하는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남자 프로배구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 경기 장면 |
현재 남자부는 140개의 구슬을 7개 구단에 주는데, 최하위 팀은 35개를 받아 1순위 추첨 확률이 가장 높고, 챔프전 우승팀은 5개로 확률상 가장 밀리게 돼 있다. 변화를 줄 경우 상위 팀에게도 비슷한 확률의 지명권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단들은 아울러 동남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남자 구단의 한 관계자는 "승리 수당과 성적에 따른 보너스 등 옵션으로 받는 금액이 기본 연봉액에 맞먹는 정도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려고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옵션캡은 구단별 의견 폭이 크고,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되지만 도입은 시간이 문제일 뿐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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