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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빅클럽 킬러' 아약스, 호날두 울리고 4강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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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챔스리그 준결행 - 조별리그 獨 바이에른 뮌헨에 2무

16강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8강선 伊 유벤투스 연달아 격파

만 19세 소년이 주장 완장을 찬 아약스(네덜란드)가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4연속 우승의 꿈을 무너뜨렸다. 아약스는 17일(한국 시각)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토리노 원정 경기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1대1 무)을 포함한 최종 합계 3대2로 22년 만에 4강에 올랐다. 네덜란드 프로 팀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건 박지성이 활약한 2005년 PSV에인트호벤 이후 14년 만이다.

호날두도 무릎 꿇린 아약스

아약스는 골은 물론 유효 슈팅과 공 점유율, 패스 성공률, 활동량 등 모든 지표에서 유벤투스를 앞섰다. 무엇보다 젊은 패기가 베테랑이 즐비한 홈 팀 유벤투스를 압도했다. 아약스 주전 11명의 평균 나이는 24세. 후반 23분 헤딩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린 중앙 수비수 마테이스 더리흐트(1999년생)는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연소 캡틴이다. 전반 34분 선제골을 넣은 도니 판더베이크와 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프렝키 더용도 이제 스물둘이다. 셋은 최근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새로운 '오렌지 3총사'로 불린다.

유럽 축구 선수들의 연봉은 원칙적으로 비공개다. 하지만 네덜란드 언론에 따르면 아약스의 선수단 전체 연봉은 약 5000만유로(약 640억원). 유벤투스 연봉 총합(약 1억1000만유로)의 절반에 못 미친다. 호날두 한 명 연봉이 3100만유로(약 4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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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평균 나이 24세… 베테랑 압도한 ‘젊은 축구’ -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가 유럽 축구 중심에 복귀했다. 왼팔에 아약스 주장 완장을 찬 마테이스 더리흐트(맨 앞)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와 8강 2차전 역전 골을 터뜨리자 동료들이 달려와 기뻐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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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도장 깨기'를 하는 중이다. 조별 리그에서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 맞붙어 2무승부를 거뒀고, 16강전에선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원정에서 4대1로 격파했다. 아약스는 이탈리아 최강 유벤투스를 맞아서도 수비에 치중하는 대신 공격 라인을 올려 정면 승부로 맞붙었다. 길건 짧건 정확한 패스, 창의적인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녔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최근 3년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호날두가 전반 28분 헤딩 선제골을 넣는 등 분전했지만, 아약스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20년 주기로 개화한 황금 세대

네덜란드 축구는 20년 주기로 황금 세대가 꽃핀다. 그 중심엔 수도 암스테르담을 연고로 하는 아약스가 있다. 아약스는 1970년대 요한 크루이프가 '토털 사커' 혁명을 일으키며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3연속 우승(1971·1972· 1973년)을 달성했고, 1995년엔 패트릭 클루이베르트를 주축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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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명문 구단이 21세기 들어 유럽 축구 변방으로 밀려났다. 러시아와 아랍, 중국 자본이 유럽 축구계에 대거 유입됐고, 해외 재벌이 조(兆) 단위로 투자한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PSG) 등이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리그 전체 평균 연봉이 27만7000유로(약 3억6000만원)에 불과하고,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의존하는 네덜란드는 영국·스페인·이탈리아에 유망주를 내보내는 위성 리그로 전락했다. 아약스도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 등이 거쳐 간 전초 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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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약스는 올해 24년 만의 유럽 챔피언 등극과 자국 리그 우승을 맹렬히 좇고 있다. 기회는 이번뿐이다. 더용은 다음 시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것으로 계약을 마쳤고, 더리흐트도 올 시즌을 끝으로 빅 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다른 아약스 주전에게도 부자 구단들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마치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가 몰리는 초우량 벤처캐피털 같은 상황이다. 에릭 텐 하그 아약스 감독은 "최고 품종의 포도를 확보한 와인 농사꾼의 마음이다. 네덜란드 최고 선수들이 있는 지금이 우승 최적기"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약스는 팀 이름을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이아스(ajax)'에서 땄다. 용맹하고 날렵한 아이아스는 당대 최강이라던 트로이의 헥토르 장군까지 제압하고 전설을 썼다. 패기로 똘똘 뭉친 아이아스 후예들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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