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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완성된 大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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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스웨 九단 / 黑 양딩신 七

조선일보

〈제13보〉(138~169)=살다 보면 뭔가 잘 풀리고 운이 따르는 날이 있다. 줄곧 흐리던 하늘이 나들이 잡아놓은 날 화창하게 갠다든지, 약속 시간에 늦어 발을 구르고 있는데 마침 지나던 친구 차를 얻어타고 지각을 면했다는 식이다. 인생 축소판이라는 바둑이 다를 리 없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다 축머리에 아군이 미리 와 있으면 얼마나 짜릿하던가. 부분 전투가 끝났을 때 선수(先手)가 돌아와 큰 곳을 차지하게 되는 것도 크나큰 행운이다.

흑이 ▲에 붙여온 장면. 140으로 먼저 단수를 치고 142로 막았다. 양단수 맛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백은 142로 '가'에 한 칸 늦춰 받고 싶지만 지금은 안 된다. 참고도를 보자. 2부터 12까지 모든 수가 흑의 선수다. 그런 뒤 14면 백 △ 다섯 점이 꼼짝없이 잡혔다. 거꾸로 좌상귀 흑마저 부활하고 백만 전멸한다는 스토리.

143부터 156까지 하변을 정리하고 157에 말뚝을 박아선 사실상 게임이 끝났다. 이 바둑에서 흑은 번번이 중요한 장면마다 선수를 챙겨 요소를 선점하는 신공(神功)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백에게선 166으로 먼저 '나'에 단수치지 않은 실수까지 나왔다. 169로 틀어막아 물샐틈없는 상변 흑 대가가 완성됐다. (155…149)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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