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이 케냐 전통 무용수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성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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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은 특이한 스윙폼으로 주목받았다.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그 스윙 덕에 PGA 투어에도 나가고 유러피언 대회에도 초청을 받아 아프리카에도 갔다.
그의 낚시꾼 스윙은 팬들의 관심을 낚아채기 위해 일부러 취하는 과장된 포즈, 즉 할리우드 액션이 아닌가하는 눈총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최호성이 우승한 일본 투어 카시오 월드 오픈 3라운드 후 방송에서 일본 TV 해설가인 코야마 타케는 최호성에게 “분명히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고의로 춤을 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도 “임팩트까지 스윙은 좋지만 팔로스루는 과하다”고 말했다.
기자도 최호성의 스윙 후 동작은 심리적으로는 몰라도, 물리적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이 떠나고 나선 볼의 방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당구에서 공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고 몸을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은 재미있다. 때론 지루해 보이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일부러, 혹은 공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고 당구장에서 그러는 것처럼 몸을 움직인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진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유연한 무용수를 부러워하는 최호성의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른 선수들처럼 어려서부터 정통 교육을 받았으면 훨씬 좋았겠죠. 스무 살 넘어서 혼자 독학하다 보니 한계가 많아요. 백스윙뿐 아니라 폴로스루에서도 어깨가 다른 선수만큼 회전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몸이 딱딱하니까...”
그렇게 안 하고도 거리도 내고,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안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최호성은 “낚시꾼 스윙은 공에 회전을 줄 때 필요하고, 미스샷이 됐을 때 몸을 돌려 보정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낚시꾼 스윙 말고도 최호성의 특이한 동작이 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서서히 높이 치켜들면서 헤드를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그가 주로 활동하는 일본에서는 야구 선수 이치로의 스윙 루틴에 비견되며 인기다. 이 역시 최호성이 쇼를 한다는 쑤군거림이 나온다.
최호성은 “그립과 헤드페이스의 일체감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이죠. 한 번 팔을 치켜들고 나면 어깨 회전도 잘 되니까”라고 말했다.
말수 적은 최호성은 내친 김에 2017년 일본 투어에서 출전권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가 시즌 막판 준우승을 해 부인과 호텔에서 펑펑 울었던 일도 전했다. 지난해 한국 오픈 예선전에서 마지막 홀 칩샷 이글로 본 대회에 참가자격을 얻고, 낚시꾼 스윙으로 주목을 받고, 일본에서 6년 만에 우승하고, 미국에 처음 가본 시간이 꿈만 같다고도 했다.
최호성은 "케냐 사파리 투어에서 보고 싶었던 하이에나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는데 기자는 사자나 치타처럼 멋져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하이에나에서 최호성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낚시꾼 스윙은 최호성의 투쟁이다. 늦깎이로 시작해 아직도 꿈을 위해 시간과 싸우고 있는 40대 아저씨의 투쟁이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임팔라처럼 경쾌하고 힘 있게 점프하는 케냐 무용수들보다 최호성의 '아제 스윙'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됐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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