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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축구 여제’ 예고, 열세살 몰트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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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때부터 축구로 먹고 자고, 3~4세 위 선수들도 가볍게 제쳐

파리선 17세 이하 남자팀과 훈련

나이키 후원 계약…최연소 프로

경향신문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나이키의 광고 ‘드림 크레이지어’에는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세계적인 여성 선수들이 등장한다. 엄마 테니스 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를 포함해 체조 영웅 시몬 바일스, 스노보더 클로이 킴, 히잡을 쓰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펜싱 이브티하즈 무하마드 등 여성 스포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수들이다. 이 광고 후반부에 축구공을 들고 자신있게 정면을 응시하는 선수가 나온다. 쟁쟁한 전설들 속에 명함을 내민 주인공은 미국의 13세 축구 선수 올리비아 몰트리(사진)다.

몰트리는 평범한 13세가 아니다. 몰트리는 지난달 말 미국의 스포츠 에이전시 업체인 와서맨 미디어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고, 나이키와도 후원 계약을 맺었다.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각 종목의 ‘황제’들과 손을 잡았던 나이키가 선택한 것을 보면 이 어린 선수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계약으로 몰트리는 미국 여자 축구 사상 최연소로 프로 경력을 시작하는 선수가 됐다. 18세부터 정식 프로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몰트리는 포틀랜드 손스FC의 개발 아카데미에 합류해 프로 진출을 준비할 예정이다.

몰트리가 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만화 속 주인공 같다. 7세 때부터 전문적인 축구 훈련을 시작한 이후 몰트리는 축구로 먹고, 자고, 숨 쉰다. 아버지는 몰트리를 위해 집 뒤에 6만달러(약 6700만원)를 들여 개인 축구장까지 만들어줬다. 5학년 때는 축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홈 스쿨링으로 대신했다.

기량 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또래 소녀 클럽이 아닌 소년 클럽에서 뛰거나 2~4세 많은 팀에서 주로 뛰었다. 11세 때에 이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로부터 4년 장학금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자신보다 세 살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U-15 북중미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몰트리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해 리옹과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에서 훈련을 했는데 그의 기술 수준에 맞는 팀을 찾기 위해 계속 연령별 팀을 상향조정했다. 마지막 파리에서는 17세 이하 남자팀까지 올라갔다.

유튜브에서 몰트리가 뛰는 영상을 보면 3~4세 위의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3~4명은 가볍게 제치는 드리블, 정확한 슈팅력, 경기를 읽는 눈, 볼 컨트롤의 차원이 다르다. 남자 축구에서 킬리안 음바페가 황제의 길을 가고 있다면 여자 축구에선 몰트리가 ‘황제’의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몰트리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저 여자 선수로서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 위대한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

13세 어린 선수가 꿈꾸기에는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이키 광고는 이렇게 외쳤다.

“내 꿈이 미쳤다고? 그들에게 보여줘. 미친 꿈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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