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당시 LG트윈스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우규민이 9회에 홈런을 맞고 마운드 위에서 주저 앉아있을 때 필자가 쫓아가 했던 말이다.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허용한 투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는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팀의 마무리 투수가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부러라도 더 당당한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넨 말이었다.
그 후 이날 있었던 일은 우규민이 필자를 두고두고 괴롭히는 에피소드가 됐다. 물론 후회하진 않는다.
이젠 어른이 된 삼성 우규민. 사진=DC베이스볼 제공 |
우규민은 프로에 입단했을 때부터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았던 선수이다. 어린 선수가 야구도 잘하고 싹싹하게 인사도 잘해서 다들 좋아했었다. 그랬던 선수가 이제는 팀의 고참급 선수가 되어 자신이 지난 온 과거에 대해 후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 놓았다.
야구선수에게 예외 없이 찾아오는 부상과 슬럼프. 야구 종목 특성상 부상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우규민의 경우에는 언더핸드 유형의 투구 폼으로 허리 부상이 많았다. 특히 허리는 쉽게 낫지도 않으며 긴 재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외형적으로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부상 예방을 위한 꾸준한 보강운동과 강한 마음이다.
재활 과정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거의 다 회복된 것 같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 생기며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간과의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먼저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후배 선수들에게 우규민이 이야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보다 조금 모질게 들릴 수 있지만 스스로 일어서기 바란다고 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도움도 한계가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이야기처럼 강하게 경쟁하는 것이 스스로 성장하는 길이라고 그는 이야기 한다. 어린 선수들이 귀담아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올 시즌 삼성의 전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야구 전문가들이 평가한다. 새로 영입한 원 투 펀치 투수인 맥과이어와 헤일리 그리고 SK에서 영입한 김동엽과 신인 유턴파 이학주, 거기에 불펜에서 우규민의 힘이 더해진다면 올 시즌 삼성은 뜨거운 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SBS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야구 기술위원회 위원, 야구 대표팀 수비 코치)
사진·영상제공=DC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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