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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붉은 악마’를 응징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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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16강전, PSG 앙헬 디마리아

‘친정’ 맨유 팬들의 욕설·야유 속

결정적 도움 2개로 통쾌한 ‘복수’

파리 생제르맹의 측면 공격수 앙헬 디 마리아는 이름에 ‘천사’를 갖고 있는 선수다. 앙헬은 천사를 가리키는 영어 ‘angel’의 스페인어 발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별명은 ‘붉은 악마’.

13일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와 파리 생제르맹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천사’ 대 ‘악마’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 구도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디 마리아는 맨유 출신이다. 2014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유로 이적할 때만 해도 당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5970만파운드·약 864억원)를 기록할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맨유와 디 마리아의 궁합이 좋지 않았다. 32경기 4골·11도움의 성적을 남기고 1년 만에 도망치듯 파리로 이적했다.

4년의 세월은 나쁜 기억을 잊기에 긴 시간이 아니었다. 맨유 팬들은 맨유 출신 선수들이 돌아오면 박수를 보내주지만 디 마리아만은 예외였다. 그가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후반 막판 교체돼 나갈 때까지 야유와 욕설의 연속이었다.

전반 40분엔 아찔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디 마리아를 맨유 수비수 애슐리 영이 어깨로 밀쳤다. 중심을 잃은 디 마리아는 광고판을 설치하는 철제 난간에 부딪히며 나뒹굴었다. 그가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때 맨유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맨유 팬들은 “영의 올 시즌 최고 플레이” “영에게 10년 계약을” 등의 트윗을 올리며 디 마리아의 고통을 즐겼다.

디 마리아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후반 8분 정교한 코너킥으로 프레스넬 킴펨베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친정팀과 대결하면 골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맨유 팬들을 바라보며 더 격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맨유 팬들에 맞서 같이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얼마 뒤 코너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던 디 마리아에게 맥주병이 날아왔다. 디 마리아는 그 맥주병을 들고 마시는 시늉으로 응수했다.

맨유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린 것도 디 마리아였다. 7분 뒤 골문으로 쇄도하던 킬리안 음바페를 향해 칼날 같은 크로스를 연결했고, 음바페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0. ‘천사’와 ‘악마’의 대결은 이렇게 천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무리뉴 전 감독 경질 후 10승1무를 달릴 때 ‘이게 진짜 맨유다’라며 환호했던 맨유 팬들로선 믿기지 않는 완패였다. 네이마르도, 카바니도 없는 상황에서 맨유가 버린 디 마리아에게 당한 게 더욱 뼈아팠다. 파리 팬들은 이날 디 마리아의 성적을 이렇게 정리했다. ‘2도움 1맥주.’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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