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 16강전, PSG 앙헬 디마리아
‘친정’ 맨유 팬들의 욕설·야유 속
결정적 도움 2개로 통쾌한 ‘복수’
13일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와 파리 생제르맹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천사’ 대 ‘악마’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 구도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디 마리아는 맨유 출신이다. 2014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유로 이적할 때만 해도 당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5970만파운드·약 864억원)를 기록할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맨유와 디 마리아의 궁합이 좋지 않았다. 32경기 4골·11도움의 성적을 남기고 1년 만에 도망치듯 파리로 이적했다.
4년의 세월은 나쁜 기억을 잊기에 긴 시간이 아니었다. 맨유 팬들은 맨유 출신 선수들이 돌아오면 박수를 보내주지만 디 마리아만은 예외였다. 그가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후반 막판 교체돼 나갈 때까지 야유와 욕설의 연속이었다.
전반 40분엔 아찔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디 마리아를 맨유 수비수 애슐리 영이 어깨로 밀쳤다. 중심을 잃은 디 마리아는 광고판을 설치하는 철제 난간에 부딪히며 나뒹굴었다. 그가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때 맨유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맨유 팬들은 “영의 올 시즌 최고 플레이” “영에게 10년 계약을” 등의 트윗을 올리며 디 마리아의 고통을 즐겼다.
디 마리아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후반 8분 정교한 코너킥으로 프레스넬 킴펨베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친정팀과 대결하면 골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맨유 팬들을 바라보며 더 격하게 세리머니를 했다. 맨유 팬들에 맞서 같이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얼마 뒤 코너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던 디 마리아에게 맥주병이 날아왔다. 디 마리아는 그 맥주병을 들고 마시는 시늉으로 응수했다.
맨유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린 것도 디 마리아였다. 7분 뒤 골문으로 쇄도하던 킬리안 음바페를 향해 칼날 같은 크로스를 연결했고, 음바페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0. ‘천사’와 ‘악마’의 대결은 이렇게 천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무리뉴 전 감독 경질 후 10승1무를 달릴 때 ‘이게 진짜 맨유다’라며 환호했던 맨유 팬들로선 믿기지 않는 완패였다. 네이마르도, 카바니도 없는 상황에서 맨유가 버린 디 마리아에게 당한 게 더욱 뼈아팠다. 파리 팬들은 이날 디 마리아의 성적을 이렇게 정리했다. ‘2도움 1맥주.’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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