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감독, 아시안컵 8강 마감후
"내심 기적 바랐는데… 허탈해… U-23·월드컵 예선 준비 박차"
박 감독과 베트남은 24일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대1로 석패하며 기적 같던 여정을 마감했다. 잘 싸우고도 후반 초반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줘 졌다. 베트남은 마지막까지 일본을 몰아붙였지만 끝내 한 골이 터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초반 강호 이라크, 이란에 연패하며 위기에 빠졌던 베트남은 3차전서 예멘을 2대0으로 잡고 페어플레이(경고가 적은 팀이 순위 우위) 제도로 극적 16강행을 이뤘다. 16강전에선 요르단에 먼저 실점하고도 따라잡아 승부차기로 이겼다. 베트남 역사상 첫 아시안컵 본선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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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막히긴 했지만 '박항서 매직'이 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에서도 통한다는 게 증명됐다. 2017년 말 베트남에 부임한 박 감독은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또 한 번 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썼다. 베트남 매체 징은 "일본에 졌어도 아쉽지 않다. 박 감독과 선수들은 동남아 축구에 혁명을 일으킨 영웅들"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날도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모두가 박 감독을 '마법사'라며 추켜세울 때 그는 매번 "나 혼자 이룬 게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연이은 기적의 원동력, '박항서 리더십'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파파 리더십'은 아시안컵에서도 여전했다. 박 감독은 16강전에서 요르단을 꺾은 후 두바이 한 한식당에서 회식을 열었다. 베트남 협회의 지원이 넉넉하지 않아 고생하는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박 감독이 이곳에서 생일 파티를 한 응우옌 꽁푸엉의 볼에 뽀뽀하는 영상이 베트남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마사지 기계로 직접 선수 발을 문질러준 장면, 몸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을 양보하고 이코노미석으로 간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베트남 매체 라오동은 지난 1월 4일 박 감독 생일을 맞아 "박항서 감독은 어린 아들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아버지 같다. 수백만 베트남 축구팬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 박 감독을 존경한다"는 헌사를 보냈다.
아시안컵 8강으로 한숨을 돌릴 법하지만 박 감독은 쉴 틈이 없다. 그는 23세 이하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을 겸직하기 때문에 다른 감독들보다 배 이상 바쁘다. 당장 오는 3월 2020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 1월 열리는 본선 출전 자격을 얻어내야 도쿄올림픽 참가 티켓에 도전할 수 있다. 베트남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더 큰 도전은 카타르월드컵이다. 베트남은 월드컵 본선은 물론 최종예선에조차 나선 적이 없다. 동남아 전체로 따져도 1938년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어떤 팀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AFC 일정에 따르면 월드컵 1차 예선은 올 6월로 예정돼 있다. 다수 베트남 매체들은 "돌아가자마자 U-23 챔피언십 예선, 월드컵 예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박 감독의 말을 비중 있게 다루며 그가 이룰 다음 기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아부다비=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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