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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TEN 인터뷰①] '은주의 방' PD, "최종회, 광대 내려올 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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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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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드라마 ‘은주의 방’ 포스터 이미지. 사진제공=올리브

올리브 드라마 ‘은주의 방’은 ‘착한 드라마’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성장하는 인간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고, 주2회 방영하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주 1회 방영하는 대신 작품의 질을 높였다. 만듦새부터 메시지까지 ‘착한 드라마’ 그 자체였던 ‘은주의 방’은 ‘자극적이어야 통한다’는 방송가의 오랜 편견을 깨고 공감과 성과를 동시에 이뤄냈다.

방송사의 클립 영상을 위탁받아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유통하는 스마트미디어렙(SMR)에 따르면 ‘은주의 방’은 tvN 화제작 ‘남자친구’도 제치며 개별 클립 재생수 1위를 기록했다.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첫 방송 이후 CPI(콘텐츠 영향력 지수) 관심 높은 프로그램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2018년 기준 조회수 450만 뷰로 올리브 채널 역대 1위를 차지했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포함해 상위권에도 자주 올랐다. ‘은주의 방’ 종영을 앞두고 ‘착한 이변’을 일으킨 주역인 장정도·소재현 PD를 22일 만났다.

10.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맺은 인연으로 ‘원심커플’(도경수, 남지현)이 부부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어요. ‘나만 불편한가?’라는 도경수의 대사는 애드리브였나요?
소재현: ‘나만 불편한가?’는 원래 대사에 있었어요. ‘밥이나 먹으러가자’ ‘뭐 먹을래 육전?’과 같은 대사도 두 배우가 자연스럽게 해줬어요. A4 기준으로 한 장반 정도 되는 분량이었는데 방송에 전부 나왔죠. 백일의 낭군님에 나왔던 또 다른 배우인 이민지 씨는 현장에 놀러왔다가 자원해서 깜짝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어요.(웃음)

10. 마지막 회만을 앞두고 있는데 스포를 해줄 수 있나요?
장정도: 달달함이 스포입니다.(웃음) 시청자들이 광대 승천하도록 온갖 달달함을 다 넣었어요.
소재현: 광대가 내려올 일이 없을 겁니다. 지난회 예고편보다 더 달콤한 장면도 나오고요. 관계가 슬펐거나 우울했던 커플들이 정리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갈 수도 있어요. 전체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회가 될 것 같습니다.

10. 은주(류혜영)가 민석(김재영)의 고백을 받고 방 정리를 했을 때, 불필요한 OST가 들어가지 않아 은주의 마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 연출도 좋았어요.
장정도: 드라마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음악을 배제하고 신의 엔딩 부분에만 넣었어요.
소재현: 특색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법을 많이 썼어요. 심도 있는 영상을 담아내려고 렌즈도 국내에 두 개 밖에 없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했고요. 영화 ‘아가씨’를 촬영한 렌즈인데, 드라마 ‘시그널’에서 썼던 것보다 상위 버전이에요. 표준 렌즈보다 두 배 가까이 화각이 넓어서 밤이나 옥상 신이 좀 더 시원하게 보였을 겁니다.

10. ‘백일의 낭군님’ 스태프들도 참여해서인지 ‘은주의 방’은 영상미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 점이 돋보였어요. 은주와 민석의 키스신도 아름답게 담겼고요.
소재현: 더 예쁜 곳을 찾으려고 곳곳을 많이 다녔어요. 은주의 집은 인천 계양구에서 발견했어요. 일본 맨션 같은 느낌이 나는 주택을 찾고 있었거든요.
장정도: 키스신은 서울 연남동에서 촬영했어요. 연남동의 술집들이 늦은 밤과 이른 새벽에는 거의 다 문을 다 닫으니까 촬영 분위기도 먹먹했고 배우들의 감정도 잘 올라왔어요. 두 배우가 하고 싶어했어요.(웃음)

10. 은주, 민석, 재현(윤지온)의 삼각관계가 빠르게 정리된 듯한 느낌도 있었어요.
소재현: ‘시청자들을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출했어요. 혜진(박지현)에게는 조금 받았을 수도 있지만….(웃음) 처음부터 로맨틱 코미디로 접근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캐릭터에 더 집중했어요. 시청자들이 보면서 극의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투영할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연애도 실직, 불안, 친구들과의 묵은 감정들처럼 2030 세대가 겪을 수 있을 법한 감정들 중 하나로 나왔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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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의 방’을 공동 연출한 장정도 PD(왼쪽), 소재현 PD. 사진제공=올리브

10. ‘은주의 방’은 처음부터 어떻게 접근했던 드라마였나요?
장정도: 세 가지 기준이었어요. ‘올리브 채널의 정체성과 맞는 것을 하자’ ‘악한 드라마를 하지 말자’ ‘부끄럽지 않게 만들자’였죠. 성공했다고 봅니다. 하하.
소재현: 작가부터 배우들, 스태프들까지 패키지로 ‘착한 드라마’가 완성됐어요. 연기를 잘했든 못했든, 글을 잘 썼든 못 썼든 착하게 썼고 연기했죠.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닿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밀의 숲’ ‘백일의 낭군님’ 등 제가 참여한 드라마를 통틀어 ‘최애 드라마’에요.

10. 앞으로 또 하고 싶은 작품은요?
장정도: 소설을 하나 읽고 있는데 작품으로 만들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신파가 있거나 울게 되는 드라마를 좋아해요. 감정이 절제돼 표현되는 영화 ‘너는 내 운명’ 같은 작품처럼요. 영화 연출에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요.
소재현: 느와르와 멜로가 섞여 있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은주의 방’처럼 시청률을 떠나, 보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TEN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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