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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이번엔 '승부차기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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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16강 오른 베트남, 요르단 누르고 아시안컵 8강

본선 토너먼트 승리는 처음

박항서·베트남이 공동 집필한 축구 드라마가 또 대박을 쳤다. 베트남이 20일 UAE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요르단을 승부차기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본선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후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만큼 극적으로 경기해보겠다"고 했던 박 감독은 자신의 말을 경기장에서 그대로 실현했다.

다시 한 번 '박항서 매직'이었다. 승자는 말 그대로 '최후의 순간' 결정됐다.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양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주심의 추첨으로 킥하는 골대가 베트남 응원단이 몰린 쪽으로 정해졌다. 베트남 1~3번 키커가 모두 성공한 반면, 요르단은 2번 키커인 바하 파이살 세이프가 골대를 맞혔고, 3번 키커 아마드 사미르 살레의 슛은 베트남 골키퍼 당반럼에게 막혔다. 베트남 4번째 키커 쩐민브엉이 실축해 3―2 상황에서 베트남 마지막 키커 브이 띠엔중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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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0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16강전(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을 확정하자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달려가는 모습. 박항서 베트남 감독(왼쪽 셋째)도 코치진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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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슛하는 순간 1만4000여명이 모인 알막툼 스타디움은 아무도 숨쉬지 않는듯 고요했다. 그물이 흔들리자 베트남 선수단이 모두 브이 띠엔중에게 달려들었고, 그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관중석의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펄쩍 뛰었다. 기자석의 베트남 기자들은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일어서서 발을 굴렀다. 박 감독은 입술을 꽉 깨물고 어퍼컷을 날린 뒤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영진 코치와 격한 포옹도 나눴다.

사실 이날 경기는 베트남이 요르단에 밀릴 거란 전망이 많았다. FIFA 랭킹에선 베트남(100위)이 요르단(109위)보다 앞서지만, 최근 요르단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베트남은 D조 3위에 머무르고도 페어플레이제도(경고 적은 팀이 우세) 덕에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반면, 요르단은 A조에서 호주를 누르고 예상 밖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또 16강전까지 베트남은 4일, 요르단은 5일을 쉬어 체력적인 면에서 베트남이 불리했다. 체격도 베트남이 작았다. 170㎝ 이하 선수가 선발에 5명 있는 반면 요르단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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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베트남은 전반 39분 선제 실점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내준 간접 프리킥 때 요르단 바하 압델라흐만이 동료가 찍어준 공을 절묘하게 감아 차 득점에 성공했다. 그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요르단이 체력이 후반 들어 급격히 떨어지는 베트남에 쉽게 이길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박 감독은 '역(逆)마법'을 준비했다. 즉각 최종 수비 라인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공세로 전환했다. 결국 후반 6분 만에 결실을 봤다. 전반전 수비에 치중했던 우측 미드필더 응우옌 쫑호앙이 상대 지역 우측 깊숙이 오버래핑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응우옌 꽁푸엉이 발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베트남은 연장까지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후 "우리(베트남)는 16강에 올라온 다른 팀보다 약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축구를 했다"며 "정신·육체적으로 피곤하다는 건 변명일 뿐이다.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끝까지 싸워달라고 주문했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24일 밤 10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사우디아라비아전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툰다.

[두바이=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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