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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박찬원 작가, 돼지를 통해 전하는 생명과 인간의 욕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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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취재 안하나/영상 민진경 기자]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서울 금보성아트센터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찾아갔다.

환하게 웃고 있는 돼지 가족, 엄마 젖을 먹고 있는 돼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돼지 등을 볼 수 있다. 이 돼지들을 보고 있다면 한 없이 미소가 지어 진다.

이는 돼지를 소재로 그림을 그려온 박찬원 작가의 작품들로, 그는 돼지를 통해 ‘생명의 의미’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매일경제

박찬원 작가 사진=박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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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동물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에 7번째 동물사진 전시회이자 돼지 전시로는 5번째다. 동물 사진을 찍지만, 그 안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 동물을 볼 때도 남다르게 보고 있다. 이들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두고 여행이라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세상이 사람들의 세상이지만, 동물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동물의 세상이락 생각하고 있다. 특히 돼지 전시회를 하는 것은 돼지나라를 여행하고 와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특별히 돼지가 작품의 소제가 된 이유는?

처음에는 염전에서 하루살이, 나비, 거미 등의 사진을 찍었다. 그때도 ‘생명의 의미’에 대해 다뤘다. 허나 주제는 같으나 소재는 다르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돼지를 선택하게 됐다. 초등학교 때 별명이 돼지였는데, ‘두 번째 작업 소재로 삼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문뜩 하게 됐다.

몇 년째 해오는 돼지작업, 테마가 있을 거 같다.

5년 전부터 시작했고, 전시를 한 지는 3년이 됐다. 처음에는 삶의 의미, 생명의 가치에 초점을 뒀자면, 이번에는 돼지 중 식용으로 사용되는 돼지 뿐만 아니라 관광농장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돼지까지 다뤘다. 즉 사회 생활하는 돼지도 작품에 담아냈다. 더불어 돼지를 통해 ‘욕망’을 다뤘다. 요즘 욕망이 지나친 시대다. 이에 관객들은 물론, 누구든 새해를 맞아 좀 더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개최했고 이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돼지 사진을 디테일하게 찍으려면 나름 노력이 많이 필요했을 거 같은데.

매주 3박4일간 양돈장에 가서 먹고 자고 함께 생활을 했다. 사진이라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돼지들과 사귀고 생각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케어해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비법이 있는지.

양돈장에서 기르는 돼지들은 한 군대 모아서 기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쉬울 수 있지만, 환경이 무척 열악해 눕고 기대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돼지들이 오줌을 쌀 때 움직이지 않아 촬영하기 쉽다. 허나 얼굴에 오줌이 흐르기 때문에 남모를 고충이 따르지만, 이 또한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또한 돼지들이 얼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러한 돼지들을 케어하기 위해서는 친해지고 교감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농장에 돼지과자가 있는데 이를 주면서 함께 소통하면 어느새 친해져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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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원 작가 작품 사진=박찬원 작가 제공


올 2019년은 돼지띠다. 더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올해가 돼지띠다 보니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주고 물어봐주는 게 사실이다. 특히 돼지의 표면적인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닌, 돼지를 통해 사람이 배워야 할 것들을 찾기에 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돼지를 사랑하는 만큼 식용으로 즐기지 않을 거 같은데.

아니다. 돼지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역할이 없는 동물이다. 개처럼 사람에게 재롱을 떠는 것도 아니고, 소처럼 일을 하고 젖을 주지도 않고 양처럼 털을 제공하지 않는다. 죽어서 고기를 인간에게 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다. 생태적으로 봤을 때 돼지는 인간 식량에 가장 적합한 구조를 띄고 있다. ‘다산’이기 때문이다. 한번에 10마리~15마리를 출산한다. 수명은 12년 이지만, 6개월이면 다 자라 도축장으로 간다. 즉 인간 식량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없다. 여느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볼 수 있지만, 넓게 봤을 때 돼지의 삶이란 자신을 헌신해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고 간다고 볼 수 있다. 죽을 때 돼지의 모습을 보면 누구 하나 웃지 않는 돼지가 없다. 어떤 동물이든 죽을 때 모습을 보면 섬뜩한데 돼지만 유일하게 웃고 있어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돼지를 자주 접하다 보니 좋은일도 많이 있을 것 같다.

돼지 사진을 찍은 뒤로 좋은 일만 생겼다. 하는 일도 잘 되고 술술 풀려간 건 사실이다. 돼지꿈도 많이 꿨다.(미소) 특히 올해는 많이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의 계획은?

다음 작업으로 젖소를 생각 중이다. 젖소를 엄마의 개념으로 담아낼 생각이다. 동물 사진을 찍지만, 동물을 통해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내 궁극적인 목표다. 전시회 제목도 ‘엄마 음메’로 정했고, 3월부터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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