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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KBO리그에서 대형 트레이드가 어려운 이유는?[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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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A=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한 팀은 7개 팀이다. 모두 1961년 이후 생긴 신생팀들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워싱턴 내셔널스, 시애틀 매리너스, 콜로라도 로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이다. 7개팀 가운데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한 것은 워싱턴과 시애틀 등 두 팀이다.

시애틀은 추신수, 이대호 등이 거친 팀이라 국내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팀의 마지막 가을야구 진출이 2001년이다. 스즈키 이치로(45)가 입단한 첫 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116승46패)을 일군 적이 있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결정전에서 뉴욕 양키스에 1승4패로 무릎을 꿇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이후 17년 연속 가을야구와 담을 쌓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89승73패로 2003년 93승 이후 시즌 최다승을 작성하고도 휴스턴 애스트로스, 오클랜드 에이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17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뒤 시애틀은 가장 바쁜 오프시즌을 보냈다. 그 중심에 제리 디포토(50) 단장이 있다. 2015년부터 시애틀에 몸담은 디포토는 MLB 30개 팀 가운데 유일한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 단장이다. 구원투수로 활약해 통산 27승24패 방어율 4.05를 남겼다. 요즘은 ‘머니 볼’, 즉 세이버메트릭스로 야구단을 운영하는 추세여서 단장들이 학벌 위주로 영입된다. 야구 글러브를 전혀 만져보지 않은 단장들이 수두룩하다. 기껏해야 대학 선수로 활동한 정도다. 마이너리그 출신도 4명에 불과하다.

2001년 현역에서 은퇴한 디포토는 오랜기간 프런트 수업을 쌓았다. 2010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첫 단장직을 수행했다. 이어 2011년 10월 LA 에인절스에 발탁됐다. 당시 에인절스 아테 모레노 구단주는 “디포토의 야구분석과 관점이 좋아서 영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모레노 구단주는 마이크 소시어 감독과 디포토가 야구분석 차이로 티격태격할 때 감독의 손을 들었다. 디포토는 시즌 도중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2018시즌을 마치고 감독직에서 물러난 소시어는 디포토가 제시한 경기 전 세이버메트릭스 자료들을 참고하지 않았고 단장 업무까지 월권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소시어 감독의 권한은 막강했다.

2018시즌 후 디포토의 행보는 전문가들조차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헷갈린다.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투수 제임스 팩스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고 명예의 전당 후보 2루수 로빈슨 카노와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2위(57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에드윈 디아스를 뉴욕 메츠로 보냈다. 초반 트레이드는 고액 연봉자를 보내는 리빌딩 모드였다. 그러나 이후 트레이드와 일본인 투수 기구치 유세이와의 5600만 달러 계약은 리빌딩 모드도 아니다.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다. 오프시즌 디포토에 의해 이적한 선수만 35명이다.

하이라이트는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32)다. 지난해 12월3일 유격수 진 세구라, 불펜투수 후안 니카시오, 제임스 파조스를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주고 산타나와 유틸리티맨 JP 크로포드를 받았다. 그러나 10일 후 윈터미팅이 열리는 기간 디포토는 병원에서 산타나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보내고 강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산타나는 시애틀 유니폼도 입어보지 못했다.

디포토 단장이 KBO 리그에 몸담았다면 이런 트레이드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물론 시장규모를 고려했을 때 KBO리그에서의 대형 트레이드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KBO 리그에서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단행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장과 팬들 때문이다. 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트레이드로 팬들에게 비난받을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열혈팬들은 임팩트도 없는 선수 한 명을 방출하는 것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KBO 단장들에게 전권을 허락해야 야구판은 훨씬 재미있어진다. 전문가들이 할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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