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최진호는 “진정한 프로는 기술뿐 아니라 마인드가 프로가 돼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유럽 선수들에 대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 같다”고도 했다./KPGA민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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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35)는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대상을 수상하면서 지난해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금 랭킹 118위에 그쳐 풀 시드를 유지하지 못했다. 올해는 대기 2번 시드다.
최근 만난 최진호는 그래도 ‘희망’을 얘기했다. ‘진정한 프로’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깨달았다고 했다. 투어 생활 14년 동안 통산 7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상금왕(2016년)과 2년 연속 대상(2016~2017년)을 수상했던 최진호가 새삼스럽게 말하는 ‘프로’란 무엇일까. 그는 1년간의 유럽 투어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골프 잘 쳐서 ‘자격증’ 딴다고 다 같은 프로가 아니더라고요. 마인드 자체가 프로가 돼야 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골프를 하다 보면 날씨나 코스 등 핑계가 참 많아요. 유럽은 더욱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곳 선수들에게 놀란 건 갑자기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도 평소와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거예요. 진정한 프로라면 그런 외부 변수 등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느꼈죠. 그렇게 하기 위해선 평소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거죠."
최진호는 유럽 선수들에 대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 같다"고 했다. 국내에 있을 때는 항상 쳐왔던, 비슷비슷한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는 까닭에 꼼꼼한 준비가 필요 없었지만 유럽에서는 매 대회마다 나름의 전략과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연습장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이후에는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요. 때론 비장함을 느끼죠. 그런 자세가 프로인 것 같아요. 전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던 거죠."
최진호가 정광천 JKGC 원장과 함께 몸의 균형과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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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거둔 성적에 대해 실망을 하고, 포기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최진호는 망설임 없이 "아니다"고 했다. "코리안 투어 끝난 후 갑작스럽게 나가는 바람에 준비가 부족했어요.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한 것보다는 자신의 기술을 어떤 때, 어떤 식으로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때그때 상상력과 창의력이 많이 필요하고요. 링크스 코스도 TV에서 보던 거랑은 완전히 달랐어요. 왜 선수들이 60~70야드 거리에서 웨지가 아니라 퍼터로 치는 지에 대해서도 직접 가 보니 알겠더군요. 비록 올해는 큰 대회에 나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계속 도전할 거예요."
최진호는 "루키 신분이어서 새롭기도 하고, TV에서 보던 유명 선수들과 경기를 하니까 설레기도 했다"고 했다. 매주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먼저 진출한 왕정훈과 이수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최진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는 ‘프랑스 오픈’을 꼽았다. 대회가 열린 ‘르 골프 나시오날’ 골프장은 유럽을 대표하는 코스 중 하나로 지난해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의 무대이기도 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는 골프 종목이 르 골프 나시오날에서 치러진다.
"예전부터 그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중계를 보면서 플레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TV에서 볼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선수들이 성적을 못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쳐 본 후 그 이유를 알았죠. 최근 몇 년 간 80타 이상을 쳐 본 적이 없는데 그곳에서 첫날 81타를 쳤어요."
최진호의 가족이 다 함께 운동을 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내 김민정 씨와 둘째 승현, 막내 승하, 첫째 승언, 그리고 최진호(왼쪽부터). 최진호는 “아이들도 유럽 대회장을 다니면서 함께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KPGA민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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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는 ‘다둥이 아빠’이기도 하다. 동갑인 아내 김민정 씨와의 사이에 아들만 셋을 뒀다. 첫째(승언)는 8살, 둘째(승현)는 6살, 막내(승하)는 이제 3살이 됐다. 한창 아이들의 재롱을 볼 때이고,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필요한 시기다. 투어와 가정 생활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할까.
"제가 골프를 하는 동안 그건 언제나 숙제예요. 어느 일방이 아니라 함께 병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국내에 있을 때도 아이들은 시합장에 와서 퀵보드 타면서 놀았어요. 그래야 골프와 삶이 같이 갈 수 있잖아요. 지난해 아이들이 6주와 4주, 두 번에 걸쳐 유럽에 와서 함께 대회장에 다녔는데 처음에는 비행기 탄다고 좋아하더니 나중에는 ‘비행기 그만 타면 안 되냐’면서 힘들어 하더라고요. 아이들도 아빠가 뭘 하는지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가끔 언제 물 뿌릴 수 있냐(우승)고 묻기도 하고요. 저도 그렇고, 아이들도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최진호는 이날 아이 셋, 그리고 아내와 함께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매주 금요일은 온 가족이 함께 운동을 하는 날이라고 했다. 가족 사진을 촬영하자고 하자, 둘째와 막내는 골프채를 들었다. 첫째는 그러나 축구공을 집어 들었다. 벌써 골프 투어 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걸 눈치 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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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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