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파파 리더십’은 한국에서부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원시청 코치·선수가 본 박 감독

대표팀 출신이 3부리그 맡아 놀라

생일 맞은 선수에 손 편지 책 선물

소소한 일도 함께 경험하고 챙겨줘

중앙일보

창원시청 감독 시절, 우승 축하 회식에서 코치에게 뽀뽀하는 박항서 감독(오른쪽). [사진 최명성 코치]




“경기 전날 감독님과 함께 목욕탕에 갔다. 생일인 선수에게 손 편지를 적은 책을 선물해줬다.”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미드필더 태현찬(28)은 요즘 자기 일처럼 기분이 좋다. ‘옛스승’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활약을 보면서다. 박 감독과 함께 했던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베트남을 동남아 축구 국가대항전인 스즈키컵 정상에 올려놓은 박 감독은 지난해 1~9월 창원시청 감독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코치로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던 박 감독이 1, 2부가 아니라 3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팀을 지휘한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당시 창원시청 선수들에게 국가대표 못지 않게 정성을 다했다. 베트남 선수 발마사지를 직접 하고, 부상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했던 ‘스킨십 리더십’은 그의 몸에 밴 제2의 천성이었다. 박 감독은 진심을 다해 창원시청 선수들을 대했고, 선수들은 그 진심을 기억했다.

중앙일보

박항서 감독은 창원시청 시절 자신의 옷을 살때면 선수와 코치 옷을 함께 샀다. [사진 태현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현찬은 “박항서 감독님은 경기 전날 선수들과 목욕탕에 가서 함께 사우나를 했다. 박 감독님이 ‘남자는 서로 알몸으로 함께 씻어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된다’고 하셨다. 베트남 대표팀을 맡기 훨씬 전부터 선수들에게 말보다 스킨십으로 다가섰다”고 회상했다. 이어 “선수들이 생일을 맞으면 감독님이 서점에서 직접 산 책을 선물로 주셨다. 선수마다 어울릴 것 같은 책을 제각각 골라주셨고, 책 표지 안쪽에 직접 손편지를 써주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박항서 감독과 태현찬(오른쪽). [사진 태현찬 제공]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9월 14일, 생일을 맞은 태현찬에게 ‘나를 낮추면 성공한다’는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책 표지 안쪽에는 ‘생일 축하한다. 항상 성실한 자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년에는 단점을 보완하여 좋은 활약 기대한다’고 손편지를 적었다. 태현찬은 “선수들 모두 손편지를 읽으면서 감독님이 주시는 메시지라 생각하고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창원시청 감독 시절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박항서 감독(가운데) [사진 태현찬 제공]


창원시청 코치로 박항서 감독을 보좌한 최명성(36·현 부산교통공사 코치)은 “박 감독님이 창원시청 감독으로 처음 오셨을 때 워낙 높은 곳을 경험한 분이라 걱정했다”며 “그런 박 감독님이 코치진과 선수들 정말 진솔하게 인간적으로 대해줬다. 쉬는날 함께 영화도 보고 치킨도 시켜 먹었다. 자기 옷이나 신발을 사러 가서 선수나 코치 옷을 함께 사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족처럼 돈독해진 팀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창원시청은 지난해 6월, 13년 만에 내셔널리그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최 코치는 “우승축하 회식 때 러브샷 자리에서 박 감독님이 볼 뽀뽀로 애정을 표현하셨다”며 “요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 바쁠텐데도 ‘항상 열심히 해라. 팀을 옮겼지만 힘내라’고 답장하신다”고 소개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보여줬던 ‘파파리더십’에 대해 “난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저 누구에게나 진정성 있게 대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하자 최명성 코치는 “박 감독님의 성공을 보면 내일처럼 흐뭇하다. 감독님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아시안컵을 포함해 계속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네이버에서 '중앙일보' 구독 후 안마의자 받자!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