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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길 만들고 한 발 뒤로…축구산타 홍명보재단, 다른 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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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축구경기 16번째로 마무리…홍명보 "다른 도움 또 준비할 것"

뉴스1

오래도록 '축구산타'들과 사랑을 나눴던 홍명보 장학재단이 이제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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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한 번 생긴 길 위로 다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처음이 힘들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길을 새로 낸다는 것은, 혹 돌무더기나 가시덤불을 걷어내고 제대로 된 길을 만든다는 것은 꽤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방향으로 난 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더라도 '처음'에 직면하게 되면 대개 돌아가기 마련이다. '누가 먼저 해주겠지'라며 수고로움을 남의 몫으로 돌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선구자는 보다 특별한 박수가 필요하다.

전부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으레 그런 선구자들은 새 길이 제법 완성도를 갖추면 그곳에 안주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스포츠 스타의 사회공헌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홍명보장학재단의 지금 움직임이 비슷하다.

홍명보장학재단은 18일 "연말 축구축제로 자리 잡은 홍명보자선축구경기가 오는 22일 오후 2시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다"고 여느 해처럼 알렸다. 동시에 "2003년부터 시작된 자선축구의 16년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라는 여느 해와 다른 소식도 전했다. 자선경기 형태의 공헌활동은 올해로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로 명명된 자선경기는 홍명보 재단 이사장이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던 메이저리그사커(MLS) LA갤럭시 시절에 미국에서 본 스포츠스타들의 사회공헌활동에 공감해 한국에서 처음 시도한 의미 있는 활동이다.

2003년을 시작으로 매년 추운 겨울 '축구산타'들과 함께 따뜻한 자선경기를 펼쳤고 이를 통해 모인 수익은 소아암 환우 돕기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 복지 단체, 축구 유망주, 저소득층 등을 지원하는 것에 썼다. 이후 취지에 공감하는 다양한 곳의 손길이 합쳐지는 등 지금껏 총 22억8000만원의 기금이 조성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다. 이미 큰 족적을 남겼는데, 이제 한발 물러나서 다른 길을 도모할 계획이다.

재단의 홍명보 이사장은 뉴스1을 통해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재단의 자선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자선경기가 아닌 다른 형태를 더 살펴보겠다는 의미"라며 자선축구경기의 중단이 사회공헌활동의 중지와는 별개라고 명확히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내가 낳은 자식 같은 행사인데 시원섭섭하다. 스포츠선수가 은퇴를 하고 나서 어떻게 사회에 공헌해야하는지, 나름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뒤 "이제는 다른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 걸고 하는 행사들도 제법 생겨났다. 이제 난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우려 한다"고 전했다. 사실 예전부터 생각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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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홍명보자선축구경기에서 사랑팀 정대세가 골을 넣고 서경석과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7.12.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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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이사장은 몇 년 전 "(행사를 지금까지 이어오면서)사실 2~3번 정도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선후배 동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날 멈추지 못하게 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밖에서 볼 때는 작은 축구경기겠지만 이것이 결국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한다. 행사를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고 기분이 좋은 것은, 후배들이 조금씩 사회공헌에 대한 높은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의 말처럼 '이근호 자선축구페스티벌' 등 후배들의 자선행사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홍명보 재단이 만든 길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길을 어느 정도 완성했으니 이제 또 다른 길을 찾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홍명보 이사장은 "수비수 육성 캠프나 축구유망주 장학금 전달 등 다른 활동들은 유지한다. 그리고 다른 사회적 재단들과 연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준비 중"이라 밝혔다. 그는 "수년 간 활동을 해오다 보니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소외계층들이 의외로 많더라. 그런 곳을 알고 있다"는 말로 또 다른 도움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16번째 자선경기는 알려진 대로 2002년 레전드와 K리그 올스타 대결로 펼쳐진다. 2002년 레전드 팀에는 최용수, 김남일, 송종국, 유상철, 이영표, 최진철, 김태영, 최태욱, 현영민, 김병지 등 당시 멤버들이 대거 참가한다.

홍명보 이사장은 "마지막 무대는 2002 멤버들과 함께 하려한다. 시작도 같이 했으니 끝도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말로 지금껏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동반자들에게 에둘러 감사를 표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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