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포스트 선동열 선임, 손도 못대고 있는 이유는?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정운찬 KBO총재가 12일 서울시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있다. 2018.09.1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포스트 선동열호’는 과연 출범할 수는 있는 것일까?

선동열 전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사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KBO 정운찬 총재의 ‘전임감독제 무용론’ 견해 표명으로 폐지되는 듯 했던 전임감독제는 KBO 이사회가 유지하기로 다시 의견을 모으면서 존속됐다. 하지만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은 별 진척이 없다. 진척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또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또 엇박자를 내며 삐그덕거리고 있다.

KBO는 당초 전임감독 선임의 타임테이블을 설명하며 1월초 선임을 목표로 했다. 2월 프로야구 구단들의 해외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을 면밀히 체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월까지는 감독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KBO 정금조 사무차장은 이런 일정을 설명하며 “1월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 12월 중엔 기술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벌써 12월도 중순으로 넘어가지만 특별한 진행 과정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KBO는 오는 21일 종무식을 갖고 공식적인 2018년 일정을 마감한다.

이에 앞서 KBO와 KBSA는 지난 5일 새로 출범하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 위원 10명을 발표했다. KBO는 김시진 경기위원과 장윤호 사무총장 등 5명을, KBSA는 이준성 KBSA홍보특보와 마해영 블루팬더스 독립야구단 감독 등 5명을 임명했고 1월 중 첫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야구미래협의회는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 구축, 경기력 향상과 부정방지 대책 수립, 야구 교육과 저변 확대, 프로 아마 상벌 및 제재에 관한 필요 업무의 일원화 등 한국야구의 시급한 과제에 대해 연구·토의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으로 출범하는 조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할 기술위원회 구성이다.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술위원회를 12월 내에 구성한다는 계획인데 미래협의회는 내년 1윌에 열린다.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미래협의회 위원으로 선임된 야구 관계자는 “미래협의회 첫 모임은 1월중에 열기로 했다. 미래협의회의 주요의제 중 하나가 대표팀 선발을 위한 기술위원회 구성인데 출범전에 기술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며 답답해 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KBO 정운찬 총재가 전임감독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선동열 감독 사임한 마당이라 국가대표 감독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KBO 이사회에서 또 전임감독제 유지를 결정했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감독 선임 과정이 꼬여가는 것은 KBO 정운찬 총재의 즉흥적인 행보와 정확한 입장 정리가 없는데서 기인한다. 정운찬 총재는 선동열 감독이 이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금메달 획득에도 불구하고 병역면제를 위한 대표선발이라고 논란이 일자 9월초 갑작스럽게 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미래협의회 발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평가와 협의 과정 없이 마련된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으로 논란만 부추겼다.

10월말에는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 선동열 감독과 정 총재가 나란히 호출되는 수난을 겪었다. 국정감사에서 정 총재는 선 감독의 대표팀 선발 과정이 불찰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전임 감독제는 필요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지난 달 14일 선동열 전 감독은 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그런데 KBO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수장의 의견과는 정반대로 2020 도쿄올림픽까지 ‘전임 감독제’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불과 한 두 달 사이 혼란만 가중시킨 가운데 원점으로 돌아갔는데도 KBO의 수장은 단 한마디의 공식적인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그는 전임감독제를 둘러싼 논란을 야기한 장본인이다. 애시당초 대표팀 선임 일정과 추진 과정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대표팀 선발과 구성은 KBO와 KBSA 양대기구에 모두 책임이 있지만 재정 여력이 없는 KBSA는 지난해말 이사회를 통해 KBO에 전권을 위임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실제로 대표팀 선발 운영과정은 KBO가 거의 전권을 쥐고 운영하는 것과 다름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KBSA는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전면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KBO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불통 리더십에 야구계와 팬들 모두 답답해 하고 있다.
white@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