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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김현기의 축구수첩]벤투 축구 아닌 한국 축구를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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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 페리 공원 구장에서 열린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최근 몇몇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하다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도 거론하게 됐다. 팀으로 뭉친 벤투 감독과 4명의 코칭스태프 활약에 깊은 인상을 드러내면서도 우려하는 점 역시 있었는데 거의 비슷한 의견이었다. 한 지도자는 “A매치 2승2무는 훌륭하지만 파나마전 후반이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 달 16일 천안에서 파나마와 홈 평가전을 치렀다.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 등 러시아 월드컵 이후 치른 A매치 상대보다 수준이 떨어졌고 특히 러시아 월드컵 멤버들이 상당히 빠져 낙승이 기대됐다. 앞서 경기를 치른 일본도 파나마에 3-0으로 완승했다. 하지만 결과는 2-2 무승부였다. 파나마는 전반 초반 2실점한 뒤 적지에서의 ‘맞불 작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수비라인을 상당히 내린 뒤 역습 위주로 한국을 공략했다. 이게 잘 먹혀 동점까지 만들었고 막판엔 역전골 직전까지 갔다.

벤투 감독은 부임 뒤 골키퍼부터 빠르고 정교한 패스로 상대 문전을 공략하는 ‘후방 빌드업’을 메인 전술로 채택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아닌 현장에서 보면 전술의 맛이 더욱 살아나는데 골키퍼가 킥을 할 때 두 중앙 수비수가 골키퍼 앞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양 옆에 서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장도 굉장히 넓게 쓴다. 러시아 월드컵 때 세계적인 골키퍼로 각광받았던 조현우가 당황하다가 롱킥을 해서 ‘후방 빌드업’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벤투 축구’에선 과거의 활약이나 이름값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의 축구가 특별하게 새로운 것도 아니다. 빌드업을 다져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축구는 독자들이 거론하면 화를 내겠지만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뒤 ‘모셔왔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했던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보다 지금 벤투 감독의 축구가 속도 면에서 더 빠르고 다이나믹한 면이 있다. 훨씬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원론적으로 보면 점유율 축구라는 색깔 자체는 비슷하다.

벤투 감독의 축구를 이렇다, 저렇다 해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한 그의 깊은 뜻까지 헤아리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러나 점유율 축구가 한국 축구의 오랜 딜레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축구는 세계 속에서 이중적인 위치에 있다. 아시아 무대에선 아무리 부진해도 월드컵 본선에 오를 만큼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지만 세계 무대에선 월드컵에서 1승하기가 힘들 만큼 약체 취급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아시아 팀과 만나면 상대의 선수비 후역습에 갈수록 고전한다. 거꾸로 월드컵에선 상대팀과 기술 및 패스로 ‘맞짱’을 뜨지 못한다. 한국 대표팀은 선수가 볼을 갖고 있을 때가 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모 해설위원의 말도 생각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너무 먼 얘기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가깝게는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의 승리를 떠올려보면 빠른 역습과 치밀한 세트피스가 지금까지의 통념상 한국 축구에 가장 적합한 스타일로 여겨진다.

그래서 호주 원정을 시작으로 이런 저런 항해를 펼치는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의 궁합이 얼마나 들어맞을지 궁금하다. 벤투 축구와 한국 축구가 딱 들어맞아 오랜 딜레마를 풀고 대박을 치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경우 지금의 코칭스태프가 증명해야 할 것은 ‘벤투의 축구’가 아니라 ‘한국 축구’란 점도 말하고 싶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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