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안시현, 소렌스탐, 최나연 등
여자 골프 드라마 만들었던 최고 대회
17년 역사 마무리하고 올해로 사라져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함께 참가했던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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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챔피언십은 한국 골프에서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 대회다. 국민이 LPGA 투어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시절,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 꿈같은 대회였다. ‘맨발의 투혼’ 박세리와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 ‘여자 백상어’ 카리 웹 등 만화 주인공 같은 별명이 붙은 스타가 한국에 왔다. 미녀 골퍼 카린 코크, 현명한 엄마 골퍼 줄리 잉크스터 등 개성 강한 스타들도 대회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대회는 2001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에서 911 테러가 터져 한 해 미뤄졌다. 첫 대회는 1년의 기다림을 보상해줄 만큼 드라마틱했다. 우리의 영웅 박세리가 야심만만한 도전자 박지은을 꺾고 초대 챔피언이 됐다. 두 번째 대회에서는 예쁜 신데렐라 안시현이 탄생했으며 이어 박지은, 홍진주 등이 우승했다.
2003년 우승한 안시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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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청야니는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 13번 홀(파 5)에서 옆 홀로 티샷을 해 갤러리들을 놀라게 했다. 대회 중 OB 말뚝을 뽑는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한 전략이었고 이게 맞아 떨어져 버디를 잡고 우승도 했다. 이로 인해 최나연의 3연승이 좌절됐다. 지난해 대회에선 한국 최고 스타인 박성현과 전인지, 고진영이 챔피언조에서 격돌, 팬클럽들이 뜨거운 응원 경쟁을 펼쳤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 16번의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9번 우승한 효녀 대회였다. LPGA 투어를 빛낸 한국 선수들이 때론 주연, 때론 조연으로 모두 등장한 LPGA 도전의 역사다.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 은퇴식을 했다.
대회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대회였다. 팬들과 미디어는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관심을 집중해 같은 기간에 여는 다른 대회는 흥행에 참패했고 일정을 옮겨야 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박폴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관중 수는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등이 참가한 2015년 프레지던츠컵과 관중 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총 관중은 6만1996명이었다.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수용인원 6만6000여명)을 거의 채우는 인파가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왔다. 최종일 입장한 3만 관중은 같은 날 열린 프로야구 준PO 5차전 관중 수 보다 많았다.하나은행 챔피언십을 통해 골프는 대중 스포츠로 한 단계 올라섰다.
LPGA 투어는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없어지는 대신 내년 부산에서 BMW 챔피언십을 연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관중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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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새 대회가 기존 대회의 전통을 이어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CJ가 LPGA 투어 대회(CJ 나인브릿지 클래식)를 스폰서했다가 KPGA 대회(CJ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를 후원했다가 PGA 투어 대회(CJ컵)를 연다고 해서 대회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듯,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그러니까 투어의 연속성이다.
"세계 여성 골프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긴다"는 하나은행의 새로운 도전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반면 총 17년의 역사를 쌓아온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사라지는 건 아쉽다. 한국 야구의 역사인 동대문 야구장이 철거될 때 처럼 허전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11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다.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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