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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6개국 11팀 떠돈 방랑 축구, 내 꿈은 국가대표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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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첫 발탁 석현준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트라이커 석현준(27)의 축구 인생은 '파란만장(波瀾萬丈)' 한 단어로 요약된다. 19세에 신데렐라처럼 한국 축구계에 깜짝 등장해 기대를 모았으나 큰 활약 없이 이리저리 팀을 옮겨다니며 팬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잠깐씩 태극 마크를 달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축구 선수의 꿈이라는 월드컵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8~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집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저 그런 선수로 축구 인생을 마치는 듯했던 석현준이 다시 한 번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감독이 2기 멤버 25명 중 한 명으로 석현준을 불러들였다. 석현준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건 2016년 10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 이후 정확히 2년 만이다. 그는 8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면서 "어색한 느낌이다.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대표팀은 12일 우루과이(서울), 16일 파나마(천안)와 경기를 치른다.

석현준은 키 190㎝에 몸무게 83㎏으로 건장한 체격을 갖춰 일찌감치 대형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특히 19세 시절인 2010년 네덜란드로 건너가 명문 구단 아약스의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해 9월 A대표팀에도 발탁되며 항상 '원톱 부재'에 시달렸던 한국 축구의 '희망'이 됐다. 키가 크다고 헤딩만 하는 게 아니라 드리블과 슈팅 능력도 갖춰, 아약스에서 뛰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이름을 딴 '석라탄'이란 별명도 얻었다.

조선일보

하지만 이후 인생은 시작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아약스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네덜란드 중소 팀을 전전하다 포르투갈을 거쳐 사우디까지 건너갔다. 다시 포르투갈 세투발에서 재기하는가 했으나 명문 구단 포르투로 섣불리 이적했다가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바람에 헝가리·터키 임대 생활을 했다. 어느새 그는 석라탄 대신 저니맨(이팀 저팀 옮겨다니는 유랑형 선수)으로 불리고 있었다. 2017년 프랑스 트루아로 이적했을 때 그에게 기대를 거는 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트루아에서 시즌 6골을 뽑아냈고, 올 시즌 11번째 소속팀 랭스에서 8경기 중 7경기에 출전하며 주요 자원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벤투 감독의 호출로 2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벤투가 석현준을 부른 건 포르투갈 인연도 작용했다. 포르투갈 레전드인 벤투 감독은 "석현준이 포르투갈에서 뛸 때부터 봐왔다. 그의 스타일을 잘 안다"고 했다. 석현준도 자신만의 장점을 어필해 대표팀에 꾸준히 남겠다는 각오다. 그는 "그동안 모든 면에서 부족해 공백기가 길었다. 이번 2연전에선 체격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파워풀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석현준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병역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만 27세 석현준은 아직 미필이다. K리그 내 군팀인 상주 상무 입단(27세까지 지원)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석현준은 "현재 병역을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잘 해결된다면 알려 드릴 것"이라며 "절대 병역을 회피하는 건 아니니 기다려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주=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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