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아들은 뽑지 않겠다"…신태용-시메오네의 룰 기억해야[김현기의 축구수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지오반니 시메오네. 출처 | 피오렌티나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 기자]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지휘하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최근 불거진 아들 지오반니 시메오네(23) 영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12일 “드레싱 룸에서 자기 아들을 데리고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버지를 위해서나 아들을 위해서나 자제해야만 한다”며 “만약 5~6년 내에 아들이 더 발전해 더 좋은 선수가 된다면 다른 얘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이 팀에 없는 날이 오면 아들의 입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은 2016년 11월 20세 이하(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직후 17세 이하(U-17) 대표 출신 아들을 이듬 해 5월 국내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엔트리 후보에서 아예 제외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고려대 ‘스포츠 KU’와 인터뷰에서 아들 신재원 군과 함께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얘길 했다.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 자기보다 자식이 잘 되는 것이 더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다. 당연히 나도 재원이나 재혁(차남)이가 잘 되는 것이 훨씬 기쁘다. U-20대표팀 감독이 된 이후 ‘신재원은 뽑지 않겠다’라고 미리 말했을 때 내 마음은 오죽했을까. 가슴 아프지만 재원이 하나가 희생해서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재원이도 동의했다.”

#이런 사례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로 이끌고 홀연히 떠나 박수 받은 지네딘 지단 감독은 레알 2군 감독 시절 아들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아들 엔조 지단을 아예 주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주전급 실력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장으로 만들어줬으니 팀에서 시끌시끌했던 게 당연했다. 지단이 수개월 뒤 1군 감독으로 승격하고 아들도 2군을 전전하다가 스페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으나 ‘아들 논란’은 한동안 지단을 불공정한 지도자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수년 전 실력 있는 대학팀의 A감독이 아들을 뽑아 입학시킨 것이다. 대학 축구계에서 구설수에 오른 것은 당연했다. 이를 알아챈 대학 측이 수습에 나서 아버지와 아들 중 한 명만 남을 것을 권고했다. 아들이 남고 아버지가 떠났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뒤 몇몇 종목이 공정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엔 실력 말고는 다른 기준이 끼어들지 말아야 하는 스포츠에 가족이 등장해 논란이 빚어진 경우도 있다. 다행히 축구는 이런 논란을 비켜나갔다. 신 감독 사례에서 보듯 문제의 싹을 처음부터 자르거나 A감독 케이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제3자가 개입해 강력한 철퇴를 내리는 흐름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프로구단 모 감독은 “가족은 물론 학원축구 사령탑 시절 데리고 있었던 선수도 말이 나올까 싶어 무조건 안 뽑는다”고 했다. 실력 있는 선수가 내 아들, 딸이란 이유로 피해를 입는 것은 역차별일 수 있다. 그러나 실력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과정이 결과 만큼 중요한 세상에서 가족과 같은 특수 관계자가 지도자와 선수로 한 팀에 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축구인 2세들이 프로나 프로산하 유스, 각급 학원팀에서 뛰는 경우가 많다. 다들 사연이 있겠지만 시메오네나 신태용 감독처럼 오해의 싹을 아예 자르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그게 한국 축구를 살리는 작은 길이기도 하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