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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클럽스포츠가 여는 한국 체육의 새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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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얼마 전 막을 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한국 스포츠에 많은 점을 시사했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를 지탱했던 패러다임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 게 가장 큰 교훈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998방콕아시안게임부터 이어온 6회 연속 종합 2위 달성에 실패했다. 일본에 종합 2위 자리를 빼앗긴 표면적인 이유보다 더 뼈 아픈 건 경기력 자체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 체육이 향후 새로운 전략을 짜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할 만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이번 대회 실패를 에둘러 시인한 뒤 “앞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체육계를 이끄는 수장인 이 회장의 상황인식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안타깝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여전히 분리해서 사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체육은 통합됐다. 이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따로 나눠 논하는 시대는 지났다. 두 분야를 구분하고 분리하는 사고는 엘리트체육에 방점을 찍고 있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집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필자의 이런 판단은 엘리트체육의 가치가 폐기되고 폄훼되어도 좋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타자와의 경쟁이 스포츠의 본질적 구도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국가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엘리트체육의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포츠를 통해 얻어지는 국민적 사기나 자부심 등 정신적인 가치는 그 무엇보다 숭고하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스테이트아마추어리즘(state amateurism·스포츠국가주의)에 충실하던 과거의 패러다임처럼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승리가 지고의 가치로 떠받들어져서는 곤란하다. 엘리트체육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시대정신에 맞는 공정성과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그런 체육 패러다임이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한국체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학교를 거점으로 한 엘리트체육 패러다임이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클럽스포츠 패러다임이 한국 체육의 미래를 밝힐 등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2016년 단행된 체육통합은 바로 커뮤니티 중심의 클럽스포츠를 한국 체육의 새 패러다임으로 만들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보면 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실패는 한국 체육 패러다임의 시급한 전환을 요청하는 신호탄에 다름 아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는 엘리트체육의 선수 공급 젖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이에 대한 대응책 또한 절실해졌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클럽스포츠가 바로 그 답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분절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새로운 체육 생태계, 그게 바로 한국 체육의 새로운 돌파구요 바람직한 패러다임이다. 새로운 체육생태계에선 경기력에 따라 수직계열화가 이뤄져야 하며 자연스레 최상위 층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구조를 띠게 될 것이다.

학교 중심의 엘리트 스포츠정책은 오랫동안 효율성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건너뛸 수는 없었다. 소수 정예를 배출하기 위해 다수의 희생자를 양산하는 치명적인 약점은 결국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체육 지향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체육의 미래는 클럽 스포츠에 달려있다. 클럽 스포츠를 통해 체육의 저변을 넓힐 수 있고 확대된 스포츠 공급지에서 출중한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선순환 체육 생태계를 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대와 현실을 반영한 체육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절실해졌다. 클럽 스포츠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실패로 코너에 몰린 체육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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