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선수를 안아주는 박항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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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황의조의 창, ‘베트남 산성’ 뚫을까
베트남 히딩크, 한국의 퍼거슨…덕담속 비수
김학범호 허리-수비 보강 않으면 고전 예상
2003년 이후 3승1패, 2009년 U-19 韓 패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항서 더비’, ‘사돈 매치’, ‘K리그 동료 감독 맞대결’, ‘기사회생 대 승승장구’ 등 숱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국 김학범호와 베트남 박항서호의 아시안게임 축구 4강 격돌에 44억 아시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리그 지도자로서 잔뼈가 굵은 두 사령탑의 ‘정면 승부’는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부터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감독은 김학범 감독을 ‘한국의 퍼거슨’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덕담퍼레이드로 소감을 밝혔지만,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지혜롭고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은 한국의 국제결혼 상대 1위 국가로 ‘사돈나라’로 불린다는 점도 한베전의 맛깔스런 양념이자 고명이다.
▶2003년 이후 한국 우위 장담못해= FIFA랭킹은 한국이 57위, 베트남이 102위이다. 두 나라 성인 대표팀간 역대전적은 25전 17승 6무 2패로 한국이 앞서고,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U-23 대표간 대결은 4전 4승으로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
2004년 가을 이후 14년간 A매치는 없었지만 U-23 맞대결은 올초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을 만나면 대승하던 한국이 2003년 10월 이후 한 두 점 차로 신승하거나 패배했다는 것. 그 이전 유일한 패배는 1959년 8월 당시 ‘아시아의 월드컵’이던 메르데카컵대회에서 였다.
2003년 아시안컵 예선때 한국은 9월 홈경기에서는 5대0 대승을 거뒀지만, 한 달 뒤 제3국 오만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0대1로 패했다. 이후 2004년 두차례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2대0, 2대1 연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이긴 것(4대0)은 1998년의 일이다.
▶박항서 매직, 한국팀엔 낭만이 아니다= 2005년 이후는 간접비교만 가능하다. 베트남은 2008년 동남아 축구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의 베트남 A매치 대표팀이 주축이 된 2009년엔 U-19 아시안컵에선 한국을 꺾었다. 지난1월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U-23은 AFC 챔피언십에서 한국에 1-2로 졌으나, 한국을 4-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을 결승전에서 만나, 90분간 1-1로 비긴 뒤, 베트남에게 낯선 ‘설(雪)중 연장전’을 벌인 끝에 한점차 석패했다.
한국을 너무도 잘 아는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을 통해 기량과 팀워크 정신력을 키운 결과는 놀라웠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 바레인, 시리아를 차례로 꺾고 사상 첫 8강, 4강을 일궈내, 결국 한국을 만났다.
K리그에서 김감독은 2005년 성남 일화(성남FC)에서 감독으로 데뷔해 강원FC, 성남FC, 광주FC를 거쳤고, 박 감독은 2006년 경남FC를 시작으로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를 맡았다.
이번 대회 내용만 보면, 기사회생 김학범, 승승장구 박항서이다. ‘박항서 매직’이 한국팀에게 그저 낭만적인 풍경이 될수 없는 이유이다.
손흥민에 눈짓하는 김학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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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질적 수비약점 해결이 관건= 김학범호의 말레이시아전 패배, 우즈베키스탄전 역전패 위기 등은 모두 수비때문이었다.
이에비해 박항서의 베트남은 득점선두 황의조-마에스트로 손흥민 등 동서양 최고 선수가 버티는 한국에 비해 공격력에서 약하지만 수비능력에서는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는 한국의 우위가 점쳐지지만, 전략의 선택과 정신력의 크기에 따라 베트남이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말레이시아(0대1)-키르키스스탄(1대0)-우즈베키스탄(4대3) 전 처럼 경기를 운영할 경우, 이들 세 팀보다 수비가 좋고, 원샷원킬 능력이 있는 베트남에 일격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가 끝난뒤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부상선수의 후송때 차 떠날때까지 배웅해주며 “고개 숙이지말라. 누구든 이길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준 박항서의 파파리더십은 선수들의 정신력까지 최고조 올렸다. 시리아를 이겼던 8강전 관중석에선 ‘I LOVE YOU(사랑해요)’라는 문구와 함께 박 감독의 사진을 들고 있는 팬도 눈에 띄는 등 베트남의 히딩크 다운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의 창, 베트남 산성 넘을까= 한국은 고질적인 수비약점을 치유하고 수비에서 공격전환 루트를 만들면 객관적인 전력상 이길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링커와 수비수들에게 기본기 교육을 다시 해야할지도 모른다. 김학범 감독의 황의조 발탁은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드러났다.
월드컵과는 다른 진용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넓게 쓰는 손흥민과 이승우의 경기조율 능력이 점차 상승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비난을 찬사로 바꾼 김학범 감독의 뚝심이 신뢰를 얻고 심리적 안정감도 찾아가는 만큼, 수비수들의 기본기만 되찾아주면 대량득점-최소실점으로 의외의 낙승을 거둘수도 있다.
4강진출 확정후 그간 마음고생으로 눈물까지 보인 김 감독은 “박항서 감독은 대단하다. 좋은 팀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베트남이 올라오면 매우 흥미로운 경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어느 팀이 4강에 올라와도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 우리 선수들은 잘할 거다. 나도 선수를 믿고 선수들도 나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박항서 “수요일엔 울지 않겠다”= 베트남의 ’미스터 션샤인‘ 박 감독은 “우리가 또 한걸음 딛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여기서 제가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제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조국을 너무 사랑한다. 하지만 현재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책임과 임무를 다하겠다. 2002년엔 코치였지만, 지금은 감독이다. 그땐 4강에서 멈췄지만, 이번엔 4강에서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나는 수요일에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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