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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반둥 참사’ 자초한 김학범호, 패착 3가지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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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한국이 말레이시아전에서 전반 두번째골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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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재호 기자 = 사상 첫 2회 연속 아시안게임(AG) 금메달을 목표로 힘차게 출항한 김학범(58)호가 두 경기 만에 위기를 자초했다. 옹 킴 스위(47) 말레이시아 감독이 “한국 축구는 우리와 다른 레벨”이라며 경기 전 스스로 고개를 숙일 만큼 한두 수 아래로 여겼던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히면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말레이시아와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한국 축구사에 또 하나의 큰 오점을 남긴 ‘반둥 참사’였다. 결과보다 좋지 않았던 건 경기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의 밀집수비에 막혀 활로를 뚫지 못해 답답함을 안겼고 수비진은 상대 역습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날 한국은 전반 4분 조현우(27·대구FC) 골키퍼 대신 선발 출전한 송범근(21·전북 현대)이 상대 롱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비수 황현수(23·FC서울)와 충돌 후 공을 놓쳐 사파위 라시드에게 선제골을 헌납했다. 종료 직전에도 수비진의 미숙한 플레이로 라시드에게 한 골을 더 실점하며 전반을 0-2로 뒤진 채 마쳤다. 후반 들어 12분 만에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을 투입하는 등 김학범호는 해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말레이시아의 투지와 밀집수비 앞에 막혀 좀처럼 득점하지 못했다. 후반 43분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만회골로 추격했으나 끝내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패착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다소 이해할 수 없던 김 감독의 용병술은 상당부분 빠듯한 대회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 20명의 선수(필드 플레이어 18명)가 17일이라는 짧은 기간 결승까지 무려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너무 생각한 선수기용이 화를 불렀다. AG 금메달을 위해 데려온 와일드카드인 조현우가 대표적이다. 비교적 체력 소모가 덜한 골키퍼 포지션임에도 말레이시아전에 기용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봤다. 6-0 대승을 맛본 바레인전과는 6명이 달라진 선발 명단은 조직력의 와해를 불렀다. 1차전 뒤 하루 쉬고 2차전에 임한 대표팀의 체력을 안배하려던 조치로 풀이되지만 상대를 얕보고 방심한 측면도 없지 않다.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몇몇 선수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건 코칭스태프의 잘못이다.

한준희(48) KBS 축구 해설위원은 “와일드카드로 골키퍼를 데려왔다면 꾸준히 조현우로 가고 정말 여유가 생겼을 때 송범근을 교체 투입하는 게 더 나았다”며 “스리백 시스템에서는 윙백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이들의 활약이 너무 부족했다.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패스·킥·판단이 모두 부정확했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건웅, 이시영, 김정민 등 K리그 출전 횟수가 적은 선수들도 너무 부진했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대회 초반에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를 교훈삼아 남은 경기를 잘 대비하면 목표 달성의 기회는 여전히 충분하다. 20일 밤 키르기즈스탄과 3차전을 앞둔 주장 손흥민은 “우리가 독일을 이긴 것이 역사에 남듯이 우리가 말레이시아에 패한 것 역시 선수들의 커리어에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면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선수단을 다잡았다.

김학범호는 20일 오후 9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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