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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홍콩에는 ‘맥도날드 난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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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7월 24시 맥도날드 지점 110곳에서 잠자는 손님 334명

5년 새 6배 증가…경제적·가족 관계·심리적 요인 때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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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맥난민’(맥도날드+난민·Mcrefugees)이 증가하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6일 최근 홍콩에선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맥난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영리 단체인 국제청년회의소(JCI)가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진행한 조사 결과,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홍콩 시민들의 숫자는 5년 전보다 6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홍콩 안 맥도날드에서 잠을 잔 시민은 334명이었는데, 2013년 비슷한 조사 땐 57명이었다. 제니퍼 헝 회의소장은 “이 연구의 목적은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홍콩이 ‘맥난민’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시엔엔>에 밝혔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은 관련 통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가 이 조사를 하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홍콩에서 24시간 운영되는 맥도날드 점포 110곳을 방문한 연구원들은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시민들이 모두 노숙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공공 주택이나, 분리된 장소에 잠잘만한 곳이 있다고 응답했고, 정규직 또는 시간제 노동을 하고 있었다.

헝은 “이들은 잠잘 곳이 있지만, 집에 가지 않았다”면서, 주요 요인으로 이들이 높은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남성은 에어컨을 살 여유가 없고, 아파트에 창문이 없어 맥도날드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에 2달러(약 2250원)씩 에어컨 비용을 지불하느니 무더운 여름 밤에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 맥도날드를 즐겨 찾고 있다는 얘기였다. 헝은 “무료 와이파이, 저렴한 음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 시장으로 손꼽힌다. 1997년 기준 평방피트(0.092㎡) 당 770달러(86만6000원)였던 홍콩 집값은, 오늘날 1700달러(191만2500원)까지 뛰었다. 이를 환산하면 3.3㎡당 6800만원이다.

가격 요인 외에도, 가족이나 개인적 갈등 때문에 스스로 ‘맥난민’이란 선택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 젊은 건설 노동자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집에 있고 싶지 않다며 맥도날드에서 잠을 청했고, 55살 여성은, 학대하는 남편을 피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눈을 붙였다.

일부는 갈등 없이도 맥도날드를 찾았다. 한 중년 여성은 남편이 죽은 뒤 자녀들이 분가하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매일 밤 맥도날드로 걸음을 옮겼다. 헝은 “우리는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영혼과 삶이 가난해서 이런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국제청년회의소는 홍콩 정부에 개인 복지 단체와 사회복지사에게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하고, 미래 경향이 될 수 있는 이들 숙박객의 통계를 새롭게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헝은 “요즘 우리는 낯선 이들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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