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직후 가방 통째로 잃어버려… “불행 많이 겪어 쉽게 실망 안해”
1일(현지시각) 시상식 직후 필즈상 메달을 도난 당했던 코처 비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4일 다시 수여된 필즈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세계수학자대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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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일을 많이 겪은 우리 쿠르드인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시상식에서 시상식 30분 만에 필즈상 메달을 도난당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코처 비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사흘 만에 필즈상을 ‘재수상’했다. 82년 필즈상 역사상 시상식 직후 메달을 도둑맞은 것도, 이를 재수상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비카 교수는 ‘두 번째’ 시상식에서 “(나처럼) 수상 30분 만에 메달을 도난당한 기록은 앞으로 그 누구도 깨지 못할 것이다. 덕분에 나도, 필즈상도 더 유명해질 수 있었다”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이어 “4세 아들이 필즈상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는데,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고 ‘누군가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얼른 가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미소 짓게 했다.
쿠르드 난민 출신인 비카 교수는 2000년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 수학 교수가 됐다.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이 한창일 때 두 나라 접경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농부인 부모와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엔지니어인 형으로부터 수학을 배우며 수학자의 꿈을 키웠다. 영국에 정착하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현재 그의 이름은 쿠르드어로 ‘이민자 수학자’라는 뜻이다. 그는 “어려운 쿠르드 역사에서 배운 게 있다면 작은 일에 일일이 실망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만약 웃음을 잃고 쉽게 실망했다면 나 역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수학연맹에 따르면 필즈상 메달은 캐나다 조폐국에서 14K 금으로 제작되며, 한국 돈으로 약 477만 원(5500캐나다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
리우데자네이루=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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