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진기주가 첫 주연작 ‘이리와 안아줘’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2015년 연기를 시작한 진기주는 ‘퐁당퐁당 LOVE’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2018년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발랄한 시골 처녀 은숙으로 순박함을 뽐냈고, JTBC 드라마 ‘미스티’ 속 욕망 가득한 사회부 기자 한지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활약에 이어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로 첫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아버지로 둔 경찰과 피해자의 딸이 세상의 낙인을 피해 살아가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감성 로맨스. 진기주가 맡은 한재이는 부모님을 죽인 원수의 아들 채도진(장기용)과의 애틋한 감정을 이어가는 강한 인물이었다.
‘로맨스릴러’라는 장르에 맞게 매회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졌다. 진기주는 낙원을 연기하며 온갖 시련과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냈고, 때로는 절절한 감정 연기로 안방극장을 눈물로 물들였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두 주인공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드라마 제목처럼 시청자를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으로 남았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만난 진기주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는 말로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계속 생각날 수 있는 마무리가 되어 좋다”며 작품을 돌아본 진기주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봤다.
-두 주연배우의 캐스팅을 두고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다.
“처음엔 나조차 그 시선에 공감했다. 그래서 더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도 안 봐주면 어쩌지’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다행히 이야기의 힘은 크더라.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또 주변에서 지인들이 재밌다고 말해주니까 촬영할 때 힘이났다. 걱정도 잊고 촬영했었다.”
-아역 배우들이 호평을 받았다. 부담은 없었나.
“그 친구들이 연기하는 걸 대본리딩 때부터 듣고, 지켜봤다. 보면서도 흐뭇하고 투샷이 예뻐서 화면으로 담기면 더 예쁘겠다, 잘한다 생각했다. 역시나 아역분들이 연기하는 걸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 연기하는 사람은 달랐지만 다 같은 인물이었다. 낙원이를 연기하면서 중간중간 16살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아역의 분위기나 제스처를 티나게 활용했다. 보시는 분들이 ‘아 저 친구가 16살로 돌아갔구나’ 생각하길 바랐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세트장에서 위협을 당한 뒤 악몽을 꾸다 깼을 때 16살의 나무(남다름)가 눈앞에 나타났던 장면이 있다. 너무 아끼는 신이자 마음에 들었던 신이다. 이 때는 정말 16살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같은 감성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의 얼굴을 봐서 너무 좋아서 나무 손을 만졌는데, 아 이것도 꿈이구나 하고 깨닫는 장면도 마음이 아팠고, 그러면서도 행복했다.”
-극중 낙원이가 우는 장면이 많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는지.
“하루에 한번 씩은 우는 신이 있었다. 끝내고 나면 온몸이 축 늘어지더라. 9회 쯤에는 5일내내 울었는데 아침, 점심, 저녁까지 울었다. 나무가 현무 칼에 찔려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이 비참했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고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공포로 다가왔다. 극한의 상황이다보니 낙원이는 내내 울더라. 며칠을 울고 나니까 몸이 반응했다. 감정적으로 힘든 건 이겨낼 수 있었는데, 신체의 반응은 막을 수가 없었다. 눈도 머리도 너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낙원이를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낙원이가 항상 꾹 참아낸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나는 낙원이에 비해 상당히 나약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연기를 할 때 너무 슬프니까 자꾸 눈물이 흐르는데, 낙원이는 그걸 다 참는다. 눈물이 흐르면 다시 촬영해야 하니까 초중반에는 울음을 참아내는 게 힘들었다. 후반부에는 낙원이가 계속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괜찮다는 말을 하는게 안 괜찮더라. 촬영을 할 때는 몰랐다. 그런데 촬영장을 가면서도 가슴이 답답하고, 예전같이 흥겹지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안 괜찮아서 그랬다는 걸. 유가족이 낙원이에게 ‘언니는 괜찮아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 대본을 보다가 울컥했다. 방송에 나가지 않았지만, 이석(정인기)의 장례식장에서 옥희(서정연)가 너무 애쓰지 말고, 힘든 일 있으면 나무한테 이야기하라고, 정 힘들면 나한테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토닥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마치 엄마한테 받는 위로같아서 녹아내리는 감정을 느꼈다. 이어 무원(윤종훈)을 만나서 처음 ‘힘들어’라고 이야기했다. 위로를 해주기만 하다가, 위로를 받아보니 비로소 알게됐다. 낙원이가 정말 괜찮지 않았다는 걸, 괜찮냐는 말을 듣고 싶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깨닫고 나니 해결이 됐다.”
-허준호와의 마지막 대립신이 강렬했다. 촬영은 어땠나.
“처음부터 이 이야기가 완성되려면 언젠가는 윤희재(허준호)를 대면하는 날이 올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낙원이로서, 진기주로서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본이 네 장 반이더라. 심지어 살인마는 별로 말이 없었다.(웃음) 열심히 준비해서 현장에 갔는데 선배님과 리허설을 하다보니 내가 느꼈던 감정이 ‘우습다’였다. 더이상 윤희재는 무서운 살인마가 아니었다. 16살 때는 부모님을 앗아간 거대한 사람,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는데 그날은 저 사람이 당장 나를 망치로 친다 해도 전혀 두렵지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28살 낙원이는 그렇게 윤희재를 열심히 비웃어줬다.”
-장기용과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촬영 중반 쯤 나와 기용씨 모두 ‘저희는 언제 웃어요?’라고 감독님께 물었다. 우린 언제 행복해지는지, 너무 행복해지고 싶다고 했다. 많이 울고, 죽을 뻔 한 고비도 넘기고, 위협도 받는 상황 속에서 연기하는 우리들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시청자분들도 낙원이와 나무의 행복을 함께 바라고 있다는 게 참 좋더라. 드라마를 함께 만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행복한 결말로 끝나서 그간의 두려움을 사르르 녹이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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