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임한 산체스, 증세 등 사민주의 노선 개혁
이탈리아 거부한 난민 수용…유로 단일 통화 체제 지지
EU 통합진영에 든든한 우군…내부 정치적 기반 약해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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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임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46)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가 거부한 난민선 입항 허용, 유로 단일 통화체제 지지 등 유럽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역에서 반이민 정서를 앞세운 민족주의가 득세하는 것과 대비된다. 내부적으론 복지 확대, 증세 등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전통을 계승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사회노동당(PSOE) 의석이 전체 4분의 1에 불과한 소수 정부여서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현지 언론 엘문도가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PSOE는 26.3%로 1위를 기록했다. PSOE는 지난 3월 조사에선 우파 시우다다노스, 국민당에 이어 3위였다. 지난달 1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취임한 산체스 총리를 여론이 긍정 평가하는 셈이다.
산체스 총리는 취임 후 개혁적 행보를 펼쳐왔다. 신임 장관 17명 중 11명이 여성으로 스페인 역사상 최초의 ‘여초 내각’을 꾸렸다. 법무·경제·국방부 등 주요 부처 장관 모두 여성이다. 재정정책은 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의 노선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지난 20일 의회 연설에서 “평등과 사회통합, 민주주의를 증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잇단 포용 행보도 눈에 띈다. 이탈리아와 몰타가 거부한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와 오픈 암스호를 받아들였다. 지난 10일에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하려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수반 조아킴 토라와 만났다. 라호이 전 총리는 카탈루냐 지도부와 일절 대화하지 않았으며 분리독립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던 카를로스 푸지데몬 전 수반을 내란죄로 처벌하려 했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연합(EU)과의 정치적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주제프 보렐 전 유럽의회 의장을 외무장관에, 나디아 칼비뇨 EU집행위원회 예산장관을 경제장관에 각각 앉힌 것은 EU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독일·프랑스 등 EU 통합 진영에서는 산체스 정부의 견고한 입지가 절실하다. 최근 유럽은 극우 민족주의가 득세하며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난민 포용 정책을 펼치다 국내 반이민 정서에 부딪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산체스 총리가 든든한 우군이다. 산체스 총리는 난민선 입항 허용에 이어 유럽 내 난민분담수용 실행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미등록 이민자들도 별도 조건·제한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라호이 전 총리는 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산체스 총리는 또 EU 회원국 간 경제협력 촉진과 상호 투자 확대를 위해 유로존 공동예산을 도입해야 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로존 개혁안을 지지한다. 네덜란드·벨기에 등 12개 유로존 회원국이 재정부담 증가를 이유로 유로존 개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유럽 내 경제규모 5위인 스페인이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산체스 총리의 문제는 허약한 정치 기반이다. 내부 개혁 행보, 유럽통합 행보의 불안 요소인 셈이다. 실제 POSE는 의회 350석 중 84석에 불과하다. 국민당 내각 불신임 투표에 동참했던 급진좌파 포데모스(67석),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24석), 바스크국민당(5석) 등은 이념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134석이다.
당장 사회당 정부의 2019년 재정지출 확대안이 27일 의회에서 찬성 88표, 반대 173표, 기권 86표로 부결됐다. 포데모스가 정부 지출안이 ‘낮은 수준’이라며 기권했다. 최근 공영방송 RTVE 이사회 인사에 친포데모스 인사들을 임명하려다 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산체스 총리의 임기는 2020년 중반까지다. 그는 사회당 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위해 조기 총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싱크탱크 테네오연구소의 안토니오 바로소는 “산체스 총리가 예산안, 카탈루냐 문제 등으로 정치적으로 후끈한 가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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