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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이주민을 반대하는 두 주장은 모순된다. 그들이 원주민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그들이 일은 안 하고 복지혜택만 누린다고도 한다. 즉, 그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놀기만 하는 사람들이기도 한 것이다.
난민 위기를 겪는 유럽에서 가장 강경한 반 이민 지도자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난민과 이주자들이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주장의 광고에 5천만유로를 썼다. 반면,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 등 체코 정치인들은 그들이 복지혜택만 누리는 ‘공짜 탑승객’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모순된 반 난민·이민 주장은 ‘슈뢰딩거의 이민자’라고 표현된다. 양자물리학의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에서 따온 말이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입자가 상반된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물리학의 역설을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표현했다. 밀봉된 상자에 갇힌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 관측할 때까지는 삶과 죽음의 상태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갖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면, 그 사회의 경제와 복지에 기여할 것이다. 근데, 유독 난민과 이주자만이 일자리를 뺏는 노동자이면서도, 복지혜택만 누리는 사람들로 주장된다. ‘슈뢰딩거의 이민자’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주민의 유입은 자유무역처럼 시차는 있지만 원주민들에 이익을 준다는 것이 경제학의 표준적 이론이다. 한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오면 노동력의 양이 늘어난다. 임금은 떨어진다. 이는 이익을 증가시켜, 더 많은 투자를 부른다. 이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늘려, 임금을 올린다. 결국 더 많은 인구가 적어도 전과 같은 생활 수준을 누리게 하는 효과로 귀결된다.
데이비드 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990년 ‘마이애미 노동시장에 대한 마리엘 긴급 해상수송의 영향’이라는 이주에 관한 기념비적 연구에서 1980년대 초 미국으로의 대규모 쿠바 난민 유입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을 입증했다. 1980년 4월20일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정부는 항구 마리엘을 개방해, 미국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가라고 허용했다. 그해 10월까지 교도소의 범죄자 등을 포함한 쿠바인 12만5천명이 조각배 등을 타고 미국 플로리다 해변 등에 도착했다. 12만5천명 중 6만여명이 마이애미에 정착해서, 마이애미 노동시장은 단기간에 미숙련 노동력이 7%나 증가했다. 이들은 출발한 항구 이름을 따서 ‘마리엘리토스’로 불렸다. 카드 교수는 연구에서 “마리엘 이주자들의 유입이 미숙련 비쿠바계 노동자들의 임금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흑인이나 다른 비쿠바계 노동자들의 실업을 증가시킨 증거도 없다”고 분석했다. 카드 교수는 “데이터 분석 결과 마리엘 이주자들이 마이애미 노동시장에 현저히 빠르게 흡수됐다”고 결론냈다. 마이애미의 경제는 오히려 1985년이 지나면서 다른 도시들보다 빠르고 건실한 성장을 했다. 이민 노동력이 들어오면 자본은 이들의 이점인 상대적 저임금을 활용하는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커진 경제는 결국 추가 노동력을 필요로 해 임금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본 재조정’ 효과다.
케임브리지대의 경제학자 로버트 로우선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과 중동에서 이민자들이 원주민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20개의 실증적 연구 결과에서도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난민과 이주자들이 원주민들의 일자리를 뺏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로우선 교수는 이주자들이 노동 숙련이나 고급 기술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원주민들과 일자리 다툼을 하지 않고, 그 사회 노동력의 효율적인 한 부분으로 편입된다고 지적했다. 즉, 언어나 문화 차이 때문에 이주자 대부분들은 먼저 기존 사회가 만들어내지 못했던 저임노동자로 편입된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노동자 역시 다양한 출생자로 구성된다면, 생산성과 경제 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로우선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구글, 아마존 등 포춘 500대 기업의 40%가 이민 1세대나 2세대에 의해 창업된 것이 좋은 예이다.
물론, 2015년 이후 유럽에 대량으로 몰려드는 난민 규모가 기존의 이론을 여전히 유효하게 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한 사회는 분명 이방인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의 국경 통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난민이 몰려올 조건이 안 된다. 제주도에 온 540여명 예멘 난민에 대해 한국 사회가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민과 난민에 대한 토론은 공포가 아니라 그 장점에 입각해 논의돼야 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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