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반난민 기조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 사회 통합 도와
극우 정당 영향 미미…산체스 총리 자국 이해관계 우선 정책에 반발
4일 오전(현지시각) 스페인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오픈 암스’가 바르셀로나 항구에 닻을 내렸다. 팔레스타인·시리아·기니 등 다국적 난민 60명은 지난달 30일 리비아 해안에서 구조된 뒤 4일 만에 땅을 밟았다. 이탈리아·몰타 정부가 ‘오픈 암스’호의 입항을 거부하자 지난 1일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이 먼저 입항을 제안했다. <로이터> 통신은 “스페인이 한달 새 두번이나 이탈리아·몰타가 거부한 난민선을 받아들였다”며 “다수의 스페인 사람들은 이전 정부가 받아들인 난민 숫자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몰타·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나라들이 난민에 대한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사이, 스페인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오픈 암스호 입항 후 콜라우 시장은 트위터에 “죽을 수도 있던 그들이 살아 있다. 이것은 삶을 축하하고 보호하는 지중해 바다와 유럽이 원하던 일”이라고 적었다. 또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것은 모두의 의무”라고 했다. 스페인은 지난달 17일에도 국경없는의사회와 구호단체 ‘에스오에스 메디테라네’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에 탄 난민 629명을 받아들였다. 아쿠아리우스호 또한 이탈리아·몰타가 입항을 거부하는 사이 8일 동안 지중해를 떠돌다 돌고 돌아 발렌시아항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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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유럽 각국에서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스페인은 인도주의적 태도를 보여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스페인 제2 도시 바르셀로나의 광장에선 시민 16만명이 모여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관광객은 집으로 가야 하며, 난민은 환영한다”였다. 바르셀로나의 나탈리아 마르티네스 지방의원은 “이민자가 바르셀로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며 “정체성 측면에서도 (우리가) 빼앗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관광객이 집세를 올리고 도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반면, 이민자는 지역 사회를 건설하고 도시에 공헌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 당국은 2010년부터 인종 간 문화를 억지로 동화시키기보다 서로의 문화와 종교적 차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상호 교류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 통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출범한 사회노동당 정부도 스페인이 ‘다른 길’을 가는 이유로 꼽힌다. 페드로 산체스 신임 총리는 지난달 24일 “유럽연합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유로포비아”라며 자국의 이해관계만 우선시하는 반이민 정책을 비난했다. 지난 한달간 스페인이 받아들인 난민은 679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6513명)보다 많다.
극우 정치 세력의 분포도 스페인과 다른 지중해 연안국들에 차이를 부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이 친난민 정책을 펴는 배경엔 반난민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프랑코의 파시즘 정권을 경험한 스페인에선 극우 정당이 영향력을 확장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극우로 분류되는 정당 ‘에스파냐 2000’은 2016년 총선에선 후보를 내지 못했고, 2011년 총선에선 득표율이 겨우 0.04%였다.
반면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 반난민 정책이 가속화되는 곳에서는 극우 정당의 상승세가 감지된다. 지난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신청자 임시 수용센터’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며 난민 포용책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위협을 받은 연정 파트너 기독사회연합의 압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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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의회는 최근 불법 이주자에게 난민 신청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금전적 도움을 주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스톱 소로스’ 법안을 통과시켰고, 극우 연정을 구성한 오스트리아도 이탈리아 쪽 국경에서 난민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스페인과 같은 날 극우·포퓰리즘 성향 정부를 꾸린 이탈리아는 가장 강력한 반난민 기조를 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탈리아로 입국한 난민은 1만6566명인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7만9154명)보다 79% 감소한 것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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