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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아랍인은 형제? 난민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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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으로도 번지는 反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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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에 대한 책임은 요르단에만 있지 않다. 미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요르단타임스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난민에 대한 책임을 왜 인접 국가들만 져야 하느냐”란 주장이다. ‘아랍인은 모두 형제’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시리아 난민을 수용해 왔던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최근 반(反)난민 정서가 짙어지고 있다.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북아프리카와 시리아 난민들의 1차 목적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로는 오지 말라”며 드러냈던 반난민 분위기가 중동 국가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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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시리아 남부 주민들이 정부군의 공습을 피해 가재도구 등을 챙겨 시리아와 요르단의 국경지대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정부군이 반군의 마지막 보루인 다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리아 남부 지역 탈환 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약 27만 명이 피란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다라=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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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유엔 등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19일부터 시리아 남서쪽 다라주 반군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한 뒤 보름 사이 시리아 주민 27만여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시리아 난민들이 향한 곳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 부근. 하지만 이들은 현재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구호품만 전달할 뿐 국경은 굳게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 수십만 명은 국경 인근 허허벌판에서 비닐로 만든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국경을 계속 지켜 나갈 것이다. (시리아 난민들이) 우리 영토에 들어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앞서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 민간인, 여성, 어린이에게 인도주의 구호를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을 우리 영토에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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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역시 지난달 26일 국경 폐쇄를 선언했다. 난민을 추가로 수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이미 지난해에만 시리아 난민 65만여 명을 수용(유엔난민기구 발표, 2017년 기준)한 요르단은 자국민의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극심한 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 요르단 수자원부는 최근의 물 부족 현상도 시리아 난민의 급격한 유입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요르단 정부와 언론은 시리아 난민 사태가 한 국가만의 희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두 나라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자신들의 인도적인 지원 노력은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일 ‘시리아 난민을 위해 이스라엘 단체들이 옷과 캔디, 장난감 등을 모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음식과 옷가지, 신발 수십 t이 시리아 난민들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요르단타임스도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국경으로 향하는 요르단 사람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30여 대의 구호물자 트럭이 시리아 난민을 도우러 출발하기 위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매체들은 현재 시리아군이 다라주 반군지역 여러 곳을 장악했고, 반군 조직들이 잇달아 투항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반군 규모가 3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은 데다 군소 조직이 난립해 있어 정부군과 반군 간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스라엘,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엔 인권분야 대변인 리즈 트로셀은 “올해 3월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던 시리아 동(東)구타 유혈사태가 재현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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