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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 세계의 위기] ① 폭증하는 난민, 글로벌 최대 이슈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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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멀고 증오만 득세…작년 난민 6천850만명 역대 최대 난민·불법이주민 악용하는 두 극단…테러조직과 포퓰리스트 분쟁 해결·경제적 격차 해소가 근본해법…미봉책으로 해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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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세계의 위기(PG)



※ 편집자 주 = 지구촌이 대규모 이주(移住) 사태로 전례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전쟁이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한 난민들, 또 더 나은 삶과 미래가 보장된 터전을 갈망하는 경제적 이민자들이 유럽과 미국 등 서방의 선진국들로 몰려드는 것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어떤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에 처한 국가에 유입되느냐에 따라 수용국가 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불안정과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적 운명공동체인 유럽연합(EU)은 난민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반목으로 사분오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민자가 세운 다민족문화 대국인 미국도 안보와 인도주의 사이에서 국론분열을 앓고 있습니다. 이질적 문화유입에 대한 반감과 안보 우려가 반영되면서 극우정파들의 정치적 기반과 세(勢)가 크게 확대됐습니다. 혐오·분열 문화가 번진다는 우려도 쏟아집니다. 그러나 난민 문제는 현실적으로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해법과 대안을 마련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지구촌 전체가 포괄적인 공존(共存)의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연합뉴스는 특집기사 7편을 통해 위기의 실태를 진단해보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봅니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전 세계에서 난민과 불법이주민이 폭증하면서 지구촌이 '홍역'을 앓고 있다. 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글로벌 빈부 격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대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지 오래됐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땜질식 대응에 그치며 난민·불법이주민 문제는 재앙 수준의 괴물이 돼가고 있다.

내전의 포연에 휩싸인 지역이나 경제적 곤궁에 처한 지역에서는 목숨을 건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죽음과 인신매매, 성폭력과 착취 등 인간 존엄성을 찾아볼 수 없는 비극 시리즈가 반복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도 난민·불법이주민 문제가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서구 사회는 그동안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난민과 불법이주민에 손을 내밀어 왔지만 더는 수용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른 데다가 이들에 의한 범죄와 사회적 손실이 잇따라 발생하고 부각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들은 난민 행렬에 몸을 숨겨 서구 사회에 잠입해 불안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또 서구 사회에선 난민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혐오의 정치'가 득세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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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입항이 거부된 지중해 구조 난민들[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전 세계 난민·국내피란민 6천850만명 역대 최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난민과 국내 피란민 수는 6천850만 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00만 명 가까이 늘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규모다.

국제분쟁이 확산하고 경제적 이익을 찾아 부유한 국가로 떠나는 경제난민까지 더해진 결과다.

전 세계 인구 110명당 1명이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1천620만 명이 새로 보금자리를 떠나 떠도는 삶을 살게 됐다면서 매일 4만4천500명, 2초당 1명꼴로 난민과 국내피란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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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시리아인 난민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죽음의 바다·인신매매와 착취, 생이별

전쟁과 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 난민과 불법이주민의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다.

지난 2015년 9월 초 터키 해변으로 밀려온 3살짜리 시리아 어린이의 시신 사진은 난민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파도치는 해변의 모래 속에 얼굴이 박힌 채 숨져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에 전 세계는 공분했다. 하지만 그런 비극은 요즘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6월 29일 북아프리카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을 태운 배가 전복돼 난민 100여 명이 실종됐다.

UNHCR의 대변인은 최근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지중해를 건너다가 목숨을 잃은 이주민이 1천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세계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과 불법이주민 가운데 바다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이 최소 3만3천 명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난민과 불법이주민의 유입을 막으려는 서구 사회의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유럽과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밀입국 알선자에 더 의존하게 됐고, 그 과정에 인신매매와 성폭력, 착취 등 인권유린이 만연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찾아 나서려다가 오히려 인간 존엄의 밑바닥까지 내몰리는 상황을 맞고 있다.

또 조직적인 밀입국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밀입국 비즈니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에선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부모와 함께 밀입국하다가 적발되면 격리수용, 생이별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정부는 인권단체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아 결국 취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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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멀대요…난민촌의 아프간 어린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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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구조 NGO 'SOS 메디테라네'가 구조한 리비아 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러리스트와 극우 포퓰리스트, 난민·불법이주민을 노리는 두 세력

난민과 불법이주민 문제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에는 이들을 악용하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세계(IS)' 조직원과 추종자들이 유럽행 난민 행렬에 신분을 숨긴 뒤 잠입, 테러 공격을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고, 실제로 테러 공격을 감행하려다가 체포된 사례도 간혹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작년 4월 스웨덴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를 일으킨 우즈베키스탄 출신 범인은 망명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이에 대한 불만을 테러로 표현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서구 사회에선 난민에 대한 반감을 악용해 자신들의 세력확대를 도모하는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들은 난민이나 불법이주민을 포용과 통합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증오와 배척의 대상으로 몰아세우며 '혐오의 정치'를 확산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 일부 국가에선 반(反) 난민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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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난민입국 차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근본원인에 접근 못 하는 대책, 요원한 해결책

난민과 불법이주민 문제는 뿌리가 깊은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우선 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과 국내피란민의 70%는 시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소말리아 등 분쟁이 지속하고 있는 10개 나라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난민·불법이주민을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는 국제적인 분쟁이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UNHCR 보고서는 "10개국 중 적어도 몇 개 나라에서만이라도 분쟁을 해결한다면 난민 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8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선 630만 명이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 난민이 됐고 620만 명은 국내에서 피란민이 됐다.

그러나 난민·불법이주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강대국들은 오히려 분쟁이나 내전을 통해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리아라고 할 수 있다. 시리아 내전은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알 아사드 대통령을 돕는 러시아, 이슬람 극단주의인 IS, 시리아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이란 등이 개입되면서 대리전의 양산으로 상황이 악화하며 난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들을 지원해서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난민·불법이주민을 줄이는 중요한 해결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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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대리전 된 시리아 내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선진국들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후진국들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고 있어 '난민·불법이주민 쓰나미'라는 부메랑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6월 28, 29일 열린 EU 정상회의 결과를 보면 서방사회가 난민·불법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해법과 접근법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EU 정상들은 EU 역외 국경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회원국에 난민심사센터를 만들어 난민의 망명신청을 신속히 처리하고 망명이 거부된 사람은 출신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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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법이주민 차단 위해 '멕시코 장벽' 행정명령(CG)



또 유럽행 난민이 거쳐 가는 터키를 비롯해 리비아와 모로코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리기로 했으나, 이는 난민과 불법이주민의 발생을 막는 근본 처방이라기보다는 유럽으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이 같은 접근법에 대해선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비판하고 있다.

교황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불법 입국한 부모와 어린 자녀를 격리하는 미국의 난민정책은 '가 미국 주교회의 입장을 지지하며 트럼프 정부를 공격했다. 톨릭 가치에 위배되며, 부도덕하다'고 비판한

또 유럽에 대해서도 "포퓰리스트들이 난민 문제에 있어 '정신병'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유럽과 같은 고령화 사회는 난민을 받지 않고는 텅 비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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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국·멕시코 국경도시 방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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